매일신문

사설-'죄수가 수사관 노릇' 사실인가

사기죄로 징역을 살고 있던 죄수가 어찌해서 '검찰수사관 행세'를 할 수 있었는지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무비리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지난1월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 부장이 지휘하고 있던 병무비리 수사에 참여, 김길부 전 병무청장 등을 신문했다는 진술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검찰은 김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수사를 돕도록 했다고 해명하면서 '수사관 행세'설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씨에게 조사를 받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은 사복차림으로 병무비리에 관한 내용을 직접 신문하면서 메모까지 했고 다른 수사관이 옆에서 이 신문 내용을 타이핑까지 해서 김씨가 검찰수사관인줄 알았다고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김 전 청장은 "만약 그가 복역자 신분이었다면 그의 신문에 응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의당 항의했을 것"이라는 견해까지 피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문제의 김씨는 사복차림으로 교도소에서 검찰청사로 출근하는 형태로 검찰수사에 간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당시 검찰 관계자들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더욱이 김씨는 당시 김 전 청장에게 지금 문제가 된 병풍(兵風) 은폐대책회의를 열었느냐는 질문도 김 전 청장에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고 있다. 이건 오늘의 병풍파문이 불거진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김씨의 검찰수사 참여에서 비롯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검찰이 자칫 병풍회오리 속으로 말려들 소지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 경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에서 이미 김씨의 '수사관 행세'를 불법이라고 보고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박영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를 공무원자격 사칭유도 및 직권남용혐의로 검찰에 고발, 검찰도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계제이다. 물론 '진상'은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검찰이 왜 이런 '미심쩍은 행태'를 저질렀는지 참으로 딱하다.

김씨의 경우 최소한 검찰의 묵인아래 수의(囚衣) 를 사복으로 갈아 입혀 검찰청사에 출퇴근시키면서 피의자 신문까지 하도록 했다면 조력(助力)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런 김씨의 행태를 '광의의 수사'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또 '제식구 봐주기식'으로 적당하게 넘어갈게 아니라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 '검찰신뢰'를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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