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科技部 심사는 '비과학적'이다

과학기술부의 정책 시행이 부(部)의 성격과는 달리 너무 비과학적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천문학과도 없는 세종대를 천문학 분야 우수연구센터로 선정한 것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전관예우' 시비를 부른 천문학 분야 우수연구센터 선정 문제를 싸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경희대 측이 '과기부 전 차관이 부총장이기 때문'에 세종대가 선정됐다며, 재심사와 감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무리는 아닌 듯 싶다. 과기부가 세종대는 상대적으로 점수는 낮았지만 육성 의지가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과학기술부는 얼마전 나노종합팹센터 후보지로 대덕의 KAIST를 선정하면서 접근성을 앞세워 '자기 편 끌어안기'식으로 밀어붙인 감도 없지 않다. 이 지역의 경우 포항은 포항공대.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항제철 등을 중심으로 한 첨단과학도시로 자리매김할 여건이 성숙해 가고 있지만, 접근성을 이유로 정부 차원의 지원에서는 밀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비과학적인 발상과 지역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설비나 국가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 유치에 지방에 원천적으로 불리한 평가지표를 삽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방 차별 평가 항목을 넣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

지금은 지식의 시대, 정보화 혁명의 세기이며, 과학기술이 경제.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대구에서는 지난 4월 지방 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6월엔 포항에서도 포항본부가 결성된 까닭을 정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30여년간 수도권.대덕에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집중시켜 이 분야의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거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일부 지역 집중 지원이 분산에 의한 경쟁 유발 효과를 막고, 국가의 균형 발전에 걸림돌이 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과기부의 2001년 지방과학기술 연감에 따르면 전체 연구비의 75.9%가 수도권과 대전(대덕)에 집중됐고, 정부 투자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의 99.8%가 역시 이 지역에 투자됐다.

과학기술은 근시안으로 재단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국가적 명제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는 비과학적 심사와 지원을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멀리 내다보면서 국가의 균형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과학기술 정책을 펴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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