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등-"오심탓 실점" 폭력배가 심판구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아름답게 치장해드려야 합니다. 먼저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발라준 뒤 파우더를 고루 치세요".

지난 2일 오후 경북대 평생교육원 한 강의실. 중년의 학생 10여명이 시신을 곱게 치장하느라 손가락을 분주히 놀리고 있었다. 물론 진짜 시신이 아니라 동료 수강생 얼굴에 화장하는 것이지만 모두들 긴장된 가운데 진지한 표정들이다.

이들은 모두 경북대 평생교육원이 개설한 장례전문지도사 과정에 등록한 일반인 수강생들. 지난 한 학기 동안 시신 메이크업, 염습(殮襲)뿐 아니라 장사법, 장례식장 경영론, 사체보건학, 법의학 등을 배운 뒤 방학특강을 듣고 있는 중이다.

이재도(43.자영업)씨는 "시신 메이크업은 먼 길을 떠나는 망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다"며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할 목적으로 배우게 됐지만 이제는 전업을 고려할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며 웃었다.

경북대가 지난 2000년 2학기부터 개설, 지금까지 88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장례지도사 과정은 15주 과정(90시간)으로 진행된다. 수강생 중에는 장례업 종사자들이 선진 장례문화를 배우기 위해 등록한 경우도 있지만 처음 배우는 지망생들이 대부분이다.

한복디자이너 이효순(45.여)씨는 "강의를 듣기전 수의는 무조건 커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며 "우리 고유의 멋을 살린 수의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영태(38) 전담교수는 "10년전만해도 장의업은 사회적으로 꺼리는 궂은 일로 치부됐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선진국에선 보편화돼 있는 시신메이크업도 최근 수요가 급증, 수강생들이 병원 등에 쉽게 취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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