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T, 삼각, 트렁크

우리정치인들의 하루하루는 교도소 담벼락위에서 시작한다. 까딱 발을 헛디뎌 안쪽으로 떨어지면 감방, 바깥쪽으로 떨어지면 다행히 '오늘 아침 먹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예술과 외설의 한계선도 바로 이 교도소 담벼락이다. 영화나 미술, 소설에서의 표현의 선정성, 노출의 문제는 그러나 성 개방 물결을 타고 자유분방해지면서 위험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것만은 안돼!" 하던 것이 "그것만은 돼"로 후퇴했다. 정치인들이 걷는 교도소 담벼락의 폭이 자꾸만 좁혀져 왔다면 '외설의 담벼락'은 거꾸로 넓혀져 온 것이다. "차라리 '미켈란젤로'를 체포하라"던 20세기 비평가들의 입담이 우습게 된 지금이다. 그런데 웬 노출시비냐고?

▲여자프로농구 유니폼의 노출시비는 3년을 끌었었다. 98년 여름 선수들의 유니폼이 '쫄쫄이형 원피스'로 확 바뀌면서 프로농구의 재미는 더했다. 해수욕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유니폼의 매력은 여성상품화라는 비난에 3년을 채 못버티고 재작년 겨울 셔츠 따로, 팬티 따로의 풍덩한 상하의로 바뀌었다.

아무말 않고 뒀으면 쫄쫄이 원피스의 아랫부분 라인이 V자(字)로 확 파먹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이 보수적(?) 변화에 섭섭함을 금치못한 관중들도 적지 않다.

▲보수파(?)들의 또하나의 승리. 46년을 이어온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올해 5월 지상파TV와 작별을 고한 것이다. 2001년 선발대회를 중계했던 MBC가 생중계 독점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계약연장을 포기했다. 90년대 이후 성의 상품화, 미적 기준의 획일화를 비난하며 집어치우라고 요구해온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의 항의도 그 이유중의 하나였다.

'미스코리아'의 지상파TV와의 작별은 지금 엉뚱하게도 지역특산물 아가씨 선발대회의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우습다. 미스코리아대회의 장삿속을 본따 전국에 200여개나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 애물단지로 퇴색할 조짐인 탓이다.

▲여성노출에 대한 시비가 요즘 안방에까지 번졌다고 한다. 케이블TV '홈쇼핑'의 속옷패션 광고가 부부간에 '채널뺏기'로 열나게 만든다는 거다. 홈쇼핑업체들의 여름 벗기기 작전이 남편의 눈길을 붙드는데 더 성공했다는 것인데, 이게 그만 아내의 쌍심지를 돋운 것이다. 사실 팬티·브라자 광고는 보면서도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트렁크 팬티는 임자있는 여성들이 편해서 입는다지만 움켜쥐면 보이지도 않는 삼각팬티와 T자 팬티는 TV홈쇼핑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남성들도 많았을 터이다. 삼각팬티의 V자(字) 선을 수박 파먹듯 파먹어들어간 그 한움큼 팬티를 온 식구들이 함께 쳐다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 여성단체들도 곧 한말씀 있을 듯싶은데 아직은 없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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