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 잠긴 개방화장실

대구시가 월드컵에 이은 U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에 대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화장실 개방 사업이 시민의식 부재와 예산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시는 지난해부터 식당, 은행, 관공서 등 민간 및 공공 건물을 개방 화장실로 지정, 24시간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이용, 건물주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다 관련 예산 부족으로 개방 화장실에 대한 지원도 전무하다.

7일 오후 3시 대구시 서구 내당동 한 음식점. 서구청이 24시간 개방 화장실로 지정한 이곳에는 화장실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인 김모(43)씨에 따르면 영업이 끝난 밤 10시 이후 시민들이 마구버린 각종 오물로 변기 고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김씨는 "이달 들어서만 보수 공사가 두번째"라며 "개방 화장실 간판을 구청에 반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숯불갈비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달 들어 두번이나 휴지 케이스를 도난당했고 화장실 문짝까지 한차례 부서졌다.

이 식당은 시민들에 의한 화장실 수난이 정도를 넘어서자 식당문을 닫을때 아예 화장실도 함께 잠그고 있다.주인 박모(54)씨는 "화장실 유지비가 적잖게 들어가지만 구청 지원은 전혀 없다"며 "화장지 등 각종 물품 구입비라도 매달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내에서 현재 개방 화장실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곳은 모두 200개소에 이르지만 개방화장실 운영예산은 전무한 상황이다.시는 지난 2000년, 2001년 개방 화장실 예산으로 각각 1억5천만원을 시의회에 상정했지만 모두 전액 삭감되자 화장실 운영을 각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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