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고령화 시대로 진입, 회복 불능의 말기 환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환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무익한 치료로 단순히 생존 기간만 연장해 고통을 지속시키는 게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미 죽음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고, 자연적인 삶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단축·연장시키는 일은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정의를 내리기까지 했다.
▲얼마 전 '안락사' 논쟁을 계기로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의료 서비스인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호스피스는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종교적·영적인 지지를 통해 환자에게 평안한 마음으로 존엄성 있는 일생을 마감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돼온 호스피스를 제도화·활성화하기 위해 전문병원과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호스피스 치료 전반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중 관련 법안을 마련, 12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움직임이다. 이렇게 되면 생명을 1개월 정도 남겨놓은 말기 암 환자들이 주요 수혜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뇌 질환이나 외상 환자 등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위 호스피스는 가톨릭·기독교계 병·의원 40여곳, 종교단체·사회복지시설 24곳 정도지만 대부분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운영돼 별도 병상을 두지 못해온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호스피스 의료기관으로 선정된 경우 의료수가로 지원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국립 암센터에 이 분야의 전문 교육과정이 신설돼 체계적인 교육·훈련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환자가 원할 경우 전문 간호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구나 그 완성으로 가는 길에 큰 고통이 따른다면…. 호스피스 제도는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게 여겨진다. 영국·호주·캐나다·싱가포르 등에서는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전문의 배출 등으로 그야말로 전문적인 진료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가장 중요한 의료 과제의 하나로 이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반인과 의료계, 정부가 성숙된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그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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