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모든 가정에서 대부분의 음식물을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냉장고는 낮은 온도를 유지하여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을 어떻게 보관하였을까? 미생물의 증식을 막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좋아하는 조건을 찾아내어 그러한 조건을 없애거나 바꾸어버리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넉넉한 양분과 알맞은 온도 그리고 적당한 수분과 같은 조건에서는 미생물은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그래서 음식의 보존 방법으로는 바짝 말리거나 햇볕에 건조시키고 끓여두거나 소금에 절여두는 등의 여러 방법을 이용하였다.
음식물 안에 자리를 잡은 세균이나 곰팡이 따위의 미생물에게는 요즈음 같은 더운 날씨가 증식하기에 더욱 알맞은 조건이다. 미생물의 특성은 삶의 조건만 맞으면 남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엄청난 속도로 불어난다는 점이다.
생육에 알맞은 더운 날씨에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면 그것은 당연히 음식물의 부패로 이어진다. 더욱이 병을 일으키는 병원 미생물이 무서운 속도로 증식한다면 우리에게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가 넉넉하지 않았고 미생물에 대한 개념도 부족했던 옛날에도 음식물의 부패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어 이용하였다.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말끔히 떨어내어 닦아내고, 문을 활짝 열어 깨끗한 바람이 통하게 하여 습기를 제거하며, 음식을 담는 그릇과 행주는 자주 끓는 물에 담가 살균하고, 도마며 칼은 수시로 햇볕을 쪼여줌으로써 미생물들이 꾀는 것을 막았다
. 미생물에 의한 음식물의 부패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였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체험하면서 음식물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했던 것이다
. 물론 대나무 소쿠리에 밥을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두는 것도 미생물에 의한 부패를 막는 생활의 지혜였다. 남은 음식의 보관을 생각하여 한 가지 음식을 만들더라도 적당한 양을 헤아리고, 남은 음식의 갈무리에 더욱 정성을 다하는 옛사람들의 정신은 지금도 본받을 만하다.
이재열(경북대 교수.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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