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R세대들에게 더 이상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솔직한 자기표현이 때로는 강한 자기 PR이 된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베컴'으로 부상한 진공청소기 김날일(전남 드레곤즈)은 "내 월급에서 까라 그래요"(프랑스 지단 선수의 부상이 김 선수와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이트클럽에 가고 싶어요"(폐막식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답변에서) 등을 통해 꾸밈없는 젊음과 신념을 그대로 표출,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하샛별(17.ㄱ여고1년)양은 인터넷에 친구 8명과 함께 동호회를 만들었고 그 동호회 회원은 1천400명이 넘는다. 친구들이 알음알음으로 가입하기도 하고 사이버상에서 만난 친구들도 많다.
노래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리고 디지털 사진도 여러 개 올려놓았다. 수시로 새로운 사진과 동영상을 업데이트시킨다.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분신을 나타내는 '아바타 꾸미기'도 열심히다. 옷 한벌에 5천~6천원, 애완동물은 4천~5천원해 상당한 가격이지만 아낌없이 투자한다.
오늘의 10대와 20대들은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적극적이다. 이전의 세대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할 것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미덕이다.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말 그대로 자신의 이력을 기록하는것에 그쳤다면 요즘은 동영상으로 이력서를 꾸미는 것이 특이한 것도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손재무(경북대 4년)씨는 동영상 이력서를 만들어두었다가 수시채용하는 기업에 보내곤 한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이전에는 유명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노래부르는 영상을 CD로 만들어주는 업종이 성업 중이다. 10, 20대가 주로 이용한다는 동성로에 위치한 P사는 주말에는 400~500명이 다녀간다고.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가수의 사진을 간직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스티커 사진을 찍는 것이 5~7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현재는 영화배우처럼 디지털사진을 찍어 간직하는 것도 이미 보편화되었다.
스티커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 사진을 취급하고 있는 O사는 주말 이용자가 2천여명이 훌쩍 넘는다. 스티커 사진관련 사업경력 7년째인 장진호(40)씨는 "젊은이들이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사진을 찍어 선물하거나 간직하고 있다"면서 "월드컵 4강진출 기념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전한다.
주로 이미지와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일상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주장한다. 최옥선 정화여고 교사는 "과거 학생들은 선생님의 얘기를 따르는 편이었다면 요즈음은 싫고 좋고가 분명해, 심부름 시키는 것도 싫어한다"고 말한다.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현재의 10, 20대들은 거의 도시에서만 자라 전통적 귀속감이 없고 자녀 수도 적어 자기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면서 "실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상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기 표현에 대해서는 "고립된 개인의 허구적 자아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 확보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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