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경영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왔던 미국의 기업시스템이 CEO의 도덕적 해이, 회계 부정 등으로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한데 그 원인이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달러화 약세로 인해 우리 경제는 환율과 금리,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3저(三低)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부존자원 부족으로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의 급속한 원화절상은 수출기업 뿐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크나큰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때 1천165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현재 다소 반등했으나 무역협회가 추정한 수출기업 손익분기점 환율인 1천255원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약 70%가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수출 채산성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경제가 조만간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이고,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위안화(元貨)는 원화에 비해 약 10%가 절하돼 중국 제품과 경합하는 분야는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조선, 자동차, 철강과 같이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주요업종은 물론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대다수의 기업들도 이러한 악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안타까움은 더해간다.
그렇다고 이러한 위기를 수수방관만 할 수 없다. 환변동 보험제도에 가입하거나 수출물량에 대한 납기를 최대한 단축시키고, 유로화 등으로 통화를 대체하는 등 기업들마다 자구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우리 산업은 단순조립 대량 생산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급격한 임금상승과 후발 개도국의 추격으로 인해 언제라도 경쟁력이 취약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원화절상이라는 추가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으로 기초적인 체질개선을 가속화해 환율변동에 견실한 경영체질을 구축해야만 한다.
이와함께 미국시장 일변도의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환위험에의 노출이 덜한 중국 등 새 시장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비해 대일 수출상황을 점검하고,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역량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월드컵을 통해 고양된 국가 브랜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을 심화·발전시켜야 한다. 생산기지와 판매시장, 자금조달원 등의 국제적 다변화가 그것이다. 또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술과 자본 집약적 산업, 친환경 산업, 미래 지식산업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영이라는 기치 아래 많은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이 제공되는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의 고도화 측면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투자감소와 산업 공동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단순히 원가절감만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지 제품의 원가를 낮출 목적만으로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했던 일본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경쟁력과 글로벌 입지 조건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필자가 몸소 기업을 경영하고 해외 유수기업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사실이다.
경영자원의 단순한 공유와 분업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야 하는 과제가 우리 기업 모두에게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첨단화하고 핵심 부품을 표준화하는데 좀 더 힘을 기울이자.
또한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능의 확충으로 현지의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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