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사단 장병 '릴레이 헌혈'

육군 50사단엔 지난달 말 한 장의 편지가 배달됐다. 백혈병과 투병중인 아들을 둔 한 40대 가장 이무도(48·공무원)씨가 보낸 편지였다.

"올해 1월 아들 종재(18)가 백혈병으로 판명됐습니다. 3차례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수술을 받았는데 AB형 혈소판이 급히필요합니다.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망설이다 이렇게 펜을 듭니다".신세대 장병들에게 예전처럼 강제 참여는 없다. 딱한 사연이라고 판단한 사단측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게시판 공고를 통해 부대내 희망장병을 모집했다.

예상밖으로 14명이나 되는 장병들이 손들 들고 나왔다. 혈액검사 결과 희망자 중 11명의 피가 환자에게 적합한 것으로 판명돼 이 달 초 남창우 상병, 오형민 일병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이어 이종열 일병, 김상하 이병 등 2명이 헌혈했고 나머지 희망 장병들도 '릴레이'형태로 헌혈에 참여할 예정.

백혈병 환자에게 혈소판의 긴급수혈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치료. 백혈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백혈구(외부로부터 감염 예방기능) 수치가 극히 적어 바이러스 등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혈소판(출혈시 응고기능) 수치도 정상인보다 극히 적어 예상치 못하는 출혈시 지혈이 되지 않아 위험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혈소판 공여자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즉시 수혈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부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11명이 언제든지 릴레이식 헌혈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일정까지 조정하고 수송편도 마련해줬다.

장병들의 수고도 만만치 않다. 혈소판 헌혈은 일반 헌혈과는 달리 한번 수혈할 때마다 1시간30분에서 2시간 가량 시간이 걸린다는 것.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장병들의 얼굴에서 찡그린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도 혈소판 헌혈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는 사단 기동대대 남창우(22) 상병은 "제 피가 백혈병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는데 도움이된다면 얼마든지 드릴 준비가 돼 있다"고 웃었다. 현재 경북대 병원 무균실에 입원치료중인 이군은 백혈병과의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종재군의 아버지 이무도씨는 "요즘처럼 자신의 일이 아니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세태에서 자신들의 일처럼 애정을 가져주는 장병들의정성에 큰 감동을 느꼈다"며 고맙다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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