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김정길 법무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여부를 일단 유보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무도한 횡포가 끝을 모른다"며 "한나라당은 김 장관 해임에 대한 유치하고 오만한 장난을 그만둬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김 장관 해임안 처리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강경파 최고위원들은 "김 장관의 기용 자체가 대선을 치르기 위한 것인 만큼 대선의 공정관리가 심대하게 타격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 최고위원은 "김 장관 기용으로 검찰내 꾸준히 세력을 넓혀온 특정지역 출신 '정치검찰들의 준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김 장관의 해임안 처리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당이 과반수가 됐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우리당의 시각이 전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처리를 주문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 법사위에서 김 장관을 출석시켜 답변 태도를 경청하고, 당이 요구한 김대업씨에 대한 출정기록, 접견기록, 서신대장 등 일체의 자료제출 및 조만간 단행될 검찰인사를 지켜본 뒤 해임안 처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최고위원 브리핑을 통해 "곧 단행될 검찰인사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검찰들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대거포진한다면 김 장관의 해임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준동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법무부는 우리당이 요구한 파렴치 전과 6범 김대업씨에 대한 출정기록, 접견기록, 서신대장 등 일체의 자료제출을 고의 거부하고 있다"면서 "김 장관이 이 사건의 수사를 중립적 자세로 지휘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김 장관의 해임안 추진에 대해 "지난달 11일 김 장관이 취임한 뒤 한 달 동안 물러나라는 말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해임 운운한다"며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와 은폐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감추고 호도하려는 안간힘에 불과하다"고 공세를 폈다.
이낙연 대변인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시비하고 검찰의 업무배정을 간섭하는 초유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김 장관의 해임요구는 그 삼엄하던 군사정권시절에 실세 군인들도 하지 못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김 장관-한 대표-박 부장'의 동향관계를 부각시키자 "그렇다면 충남 예산 분들은 모두 이회창 후보와 음모하는 사이냐"고 반문한 뒤 "박 부장과 한 대표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또 허위증언 조작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도대체 증인이 나오기 전에, 증언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무슨 근거로 조작 운운하느냐"면서 "이것이야말로 한나라당의 음모이며 조작"이라 맞받아쳤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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