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바꾸자. 갈비라면 오직 한가지만 알고 살아오신 당신, 오늘 당신의 30년 고정관념이 바뀝니다', '깨끗한 대자연을 먹고 자란 고품질의 쇠고기…'.지난 6월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때 국내 일간 신문에는 미국과 호주산 쇠고기의 소비를 권하는 광고가 잇따라 실렸다.
월드컵 기간중특별 할인행사나 상품증정 및 유명 축구선수의 아내를 등장시킨 수입 쇠고기 홍보광고도 등장했다. 이런 광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하루를 가다보면 소도 보고 말도 본다'는 우리 옛말처럼 5천년 한민족 생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우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미국 등 쇠고기 수출국가들과의 무역마찰과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의 빗장이 조금씩 열리면서 불과 10년만에 온통 '수입쇠고기'뿐이다 .
지난해 1월부터 쇠고기와 생우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싼값을 앞세운 외국산 쇠고기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바람에 한우의 입지가 송곳처럼 좁아지고 있는 것."이제는 수입 쇠고기에 대한 반응이 좋아져 주부들이 수입 쇠고기 맛도 한우에 못지 않다고 하고 값도 싼 탓에 선호하는 사람이 적잖아 매출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형 할인매장인 홈플러스 대구점의 수입육 판매담당인 유상섭(29)씨는 "이런 현상은 다른 대형 유통업체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쇠고기 소비유형이 변화됨에 따라 지난 97년 개장때부터 수입쇠고기를 취급해온 대구점의 매출은 올들어 증가세를 보여 냉장육은 지난해보다 20%쯤 늘었고 6월에도 전월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다고 김상해 주임은 전했다. 갈비는 지난달에 100%정도 증가했다는 것.
수입 쇠고기의 국내시장 잠식은 대도시뿐만 아니다. 중소도시나 농촌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구미 선산에서 한우를 취급하던 한 식당은 한우고기 값이 비싸서 손님들이 찾지 않는 탓에 아예 쇠고기 장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인근의 다른 식당에서는 수입쇠고기로 뷔페식당을 운영,농촌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경북도 축산과 이양수 축산물유통담당은 "한우가 수입산에 비해 가격차이가 커 일부 식당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어쩔수 없이 멀어지는경향이 적잖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우를 비롯한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 하락과는 달리 수입 쇠고기 강세가 숙지지 않아 한우농가의 위기감을 더해 주고 있다. 이런 위기감은 한우와의 가격차이와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다 쇠고기 수출국가와 국내 수입업자들의 마케팅(판촉)활동 강화, 국내 수입 쇠고기 유통조건 변화, IMF로 인한 구매력 하락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수입산이 한우의 30%에 불과한 가격에 팔려 100g 냉장육 불고기는 한우가 3천원선. 그러나 미국산은 1천300원, 호주산 900원 정도에 거래되고 갈비도 한우는 4천원이나 미국산과 호주산은 1천500원과 1천200원에 그치고 있다.
경북대 농대 최규섭 교수(농경제학)는 "소득 뒷받침이 안되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가정에서도 가격이 비싼 한우고기 대신에 수입쇠고기에 의존하는 식으로 소비양상이 바뀌고 있다"며 "이는 다시 한우사육 감소의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가격의 장점뿐만 아니라 수입 쇠고기의 국내 유통조건이 수출국가의 입맛에 맞게 나날이 개선(?)된 것도 한우산업 위기에 한몫했다고 전국한우협회남호경 대구·경북지회장은 혹평했다.
정부는 그동안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과 함께 지난해 9월 구분판매제 폐지와 한우·수입산 동시판매제 실시, 올 7월 냉장쇠고기의 냉동육 판매허용등 수입쇠고기와 관련된 잇따른 정책들을 내놓았다. '통상마찰'이라는 명분에 밀려 쇠고기 수출국가의 압력에 속수무책이었다.
자연히 수입은 급격히 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수입된 쇠고기는 14만3천305t. 지난해 같은기간 6만4천639t보다 2.2배가 늘었다. 금액은 4억2천185만4천달러로 지난해 1억8천444만1천달러보다 2.3배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수입된 16만6천273t(4억7천294만7천달러)와 맞먹는 기록. IMF뒤인 지난 98년의 7만6천t보다 2배나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박사는 "냉장육의 냉동육 유통은 세계무역기구 규정상 막을 방법이 없으나 냉동육 수입가격이 냉장육의 3분의1에 불과, 수업업자들이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수입 쇠고기의 기승으로 해마다 한우도축 물량도 줄어 지난 98년 102만3천마리에서 지난해는 55만마리로 격감하는 등 한우시장 위축과 수입시장 확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한우산업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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