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모 학과 90년대말 학번의 여학생이 최근 출산을 했다. 물론 결혼전 출산이며, 소위 '미혼모'인 셈이다. 당연히 여학생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고,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
주변의 친구들조차 합법적인 성생활과 축복받은 출산을 보장받는 결혼생활 외 출산에 대해서 냉냉하다. "걔는 어쩌려고…" 혹은 "아무리 젊음이 있다지만 당장 먹고 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등등 이들의출산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다.
출산 뿐만 아니라 출산전 낙태 문제, 산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 출산으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급격한 변화, 그리고 캠퍼스내 성폭행 내지 성추행문제까지 심심찮게 발생한다. 젊은이들의 성문제는 대학생 뿐만 아니라 더 어린 계층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의 개방적인 사고를 반영하는 대학가의 성(性)문화는 급격한 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경북대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경북대 남녀학생 각 100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백명중 5명)가 동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동거도 '인정'(42.5%)하는 편이 '아직 시기상조'(42.5%)라는 유보적 태도와 같은 비율을 나타냈다. 기성세대가 보면 놀랄만한 결과겠지만 대학가에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사회학과 모교수가 지난 3월 학기에 학생들에게 관심있는 주제를 자유롭게 정해 토의하고 발표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런데 해당된 4개조가 모두 '성'을 주제로 정했다. 담당교수는 "과거 대학생들이 주로 거시적인 사회문제를 고민한데 반해 이제는 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성'이 사회의 주된 화두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대학의 성문화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20대의 젊은이들이 모여있고기성세대의 시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유로 더욱 앞서나간다.
지난해 경북대 신문방송학과에서 대구지역 4개 대학생 420명을 대상으로 성의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혼전 성관계에 대해 '절대 안된다'는응답은 11.8%에 불과했고, 성관계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27%에 달해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구지역 대학생들조차 성의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ㅇ대학 하유진씨는 "주변 과나 동아리 친구들 중 출산한 친구만 셋"이라며 "낙태까지 생각하면 훨씬 많다"고 밝혔다. 동거는 연인끼리 한다는 통념도 깨져 대학 주변에서 함께 자취할 남·녀를 찾는 광고나 인터넷상으로 조건에 맞는 동거 대상을 물색하는 사이트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동거나 개방적인 성생활의 뒷처리와 책임 문제. 동거를 하다가 헤어진 경우 부작용이 상당하다. 지역대학 모과에서는 동거 형태로 사귀다가 헤어진 여자친구 주변에 동거와 낙태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대량으로 보낸 사례도 있었다.
대학생 이진희씨는 "앞날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나 합의없이 임의로 동거가 이루어지고 헤어진 뒤 부작용은 심각하다"고 말한다. 점차 달라지는 대학생들의 성의식은 '지식'이나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지난해 모 대학에서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숱한 논의만 남긴채 사그라들었다. 정작 성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여 몸과 마음의 상처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성담론은 건전하고 책임지는 성(性) 보다는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성의 부작용에 대한 담론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영남대 음대의 경우 지난해 교수의 학생 성추행이 파문을 일으켰고 경북대에서도 지난 4월 모꼬지 도중에 성폭력이 발생했다.
따라서지역 대학에서도 '성폭력 상담소 학생지원센터',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등이 잇따라 마련되긴 했지만 현실을 따라가기에 미비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성의식의 변화와 함께 빚어지는 각종 성문화에 대한 성숙한 의식과 책임있는 행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한 성담론의 활성화와 '대학생의 아름다운 성'을 기대해본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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