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 조동일 교수 '구전민요의 세계'

"어느 귀밝은 후학이 있어 이 음반의 소리 생명을 새로운 창조로 이어가리라 믿습니다". 조동일 교수(서울대 인문대학) 채록 '경상북도 구전민요세계'가 신나라뮤직에서 나왔다.

9장에 총 208곡으로 구성된 이번 음반은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안동, 영양, 청송, 영천,봉화 등 경상북도 태백 일대에전승되는 '서사민요'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당시 채록 기록을 무삭제로 CD에 담은 최초의 음반이다.

조 교수가 토속소리를 채록하게 된 것은 1960년대.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문학에 심취해있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돌아간다.

이 때 귀에 들어온 것이 바로 토속민요. 당시 조 교수는학문적 결과물로 저작 '서사민요연구'(1971년)를 발간한 바 있다. 이번 음반은 연구 과정에서 조 교수가 직접 채록한 민요들로채워져있는데, 시골의 풍경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어 잃어버린 우리 소리의 원형을 들려주고 있다.

서사민요가 여성가창자들에 의해 전승되어 왔고 특히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맥이 흘러갔으며 경북지역이 여성문학의 중심이되어온 것을 감안할 때, 이들 규방가사와 서사민요가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제보자들 가운데 경상도 지역의 민요 사설에다 서울식 소리를 얹어 부르는 현상이 발견돼, 중앙의 소리가 지방의 소리에 영향을미치면서 민요의 문화적 접변이 일어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여성민요가 풍부하게 채집되어 있다. '삼삼는 소리'는 장편민요로, 밤새도록 삼을 삼았는데 그 길이가 길지 않더라는 내용이다. 간혹 길게 삼은 삼을 가져다가 아버지라는 위인이 허망하게 술로 바꿔먹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온 식구가삼을 삼던 여름 한철의 풍속도가 영화처럼 펼쳐진다.

조 교수는 "이번 음반은 내용의 중요성과 시대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며 "상업성을 배제하고 무삭제의 원칙을 고수했다"고 밝혔다.조 교수가 채록한 민요들은 현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 음반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민요들을 우리에게 들려줄 귀중한 자료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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