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벤처 도원테레콤 화의 신청

지난 1999년 지역 IT(정보기술) 벤처기업으로 첫 코스닥에 진출했던 도원텔레콤(주)이 12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 지역 벤처기업인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교훈을 주고 있다.

한 때 지역의 대표 벤처기업으로 손꼽히던 도원텔레콤의 좌절이 주는 큰 교훈은 "벤처도 기업인 이상 기술보다는 원활한 자금흐름과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는 점이다. '내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도원텔레콤은 코스닥 등록기업 중 가장 많은 47건(출원중 포함)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현재 납품계약이 완료된 것만 15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중국 통신시장에 106억원 규모의 VDSL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화의를 통해 채무가 적절히 조절된다면 100억원 이상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도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도원텔레콤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을까.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다 잇단 경영판단 실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동통신 중계기, 네트워크 통신시스템, 동영상단말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도원텔레콤은 지난 2000년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와 관련된 재고장비들을 대손처리하고 사채를 비롯한 부채를 청산하는 데 무려 90억원 상당을 쏟아부었다. 이 당시 96억2천만원의 적자 대부분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더욱 결정적인 실수가 이어졌다. 서울의 모뎀 관련 벤처기업 에이씨엔테크를 인수.합병하면서 무려 2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철호(44) 대표는 "에이씨엔테크와 합병계약 이후 등기를 마칠 때까지 6개월여 동안 100억원에 가까운 부채가 더 생겼다"고 밝혔다.

KT를 비롯한 주요 거래처의 올해 봄 납품 규정 변경은 결정타를 가했다. 납품업체의 부도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 통신회사들이 부채비율 150% 이상 기업들의 납품을 중단시킨 것이다. 자본잠식은 점점 더 심각해져 올해 5월 자본금 100억5천만원 가운데 70억여원이 이미 잠식된 상태였다.

이 대표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어떠한 불이익이라도 감수하겠다"며 "'엔지니어의 길과 경영자의 길이 다르다는 것'을 후배 벤처기업인들이 깨닫는 타산지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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