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서울대 '지역할당제' 해볼만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이 지난달에 이어 최근 재차 밝힌 신입생 전형 지역할당제 도입 의지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자란 지방의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고, 지방 교육을 살리는 전기도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입시제도로는 수능과 내신 모두에서 최상위의 점수를 받은 학생을 성적 순으로만 뽑기 때문에 국립대인 서울대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자란 시골 학생이나 수능 점수만 좋은 학생, 내신만 좋은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서울대의 힘은 사실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전국의 모든 수험생을 일렬로 세워 선발하는 현행 입시제도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서울대 입학생이 대도시와 부유층 등 특정 지역과 계층 출신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르지 않았던가.

정 총장의 발상은 이런 문제 의식을 반영하고 있어 '너무 성급하다' '신중해야 한다'는 질책이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여야만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서울대가 지역할당제를 도입한다 해도 전국의 각 시·군에 1, 2명씩 배분할 경우 모두 200~300명밖에 되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대가 전국 대학의 입시제도를 이끌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예상케 하며, 이 제도가 자유경쟁과 형평성의 원칙을 어기는가 하면 대도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돼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대도시 거주 저소득층 자녀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별로 학생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지역별 쿼터를 줄 것인지 그 잣대도 말썽과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짙고, 또다른 고교 등급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의 지역할당제 도입 문제는 아직 정 총장 개인의 구상이고, 치열한 대입 경쟁 상황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장애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면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지역 분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듯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평가기준이 개발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지역할당제는 해볼만 한 제도라고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