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嶺南이 '돈가뭄' 특히 심하다

자금(資金)은 실물경제의 흐름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통화흐름 분석'은 그동안 지역경제가 얼마나 황폐화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 수없다. 정부의 '수도권개발 억제정책'이 그야말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한은의 '92~2001년 10년간 총예금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비중이 서울 51.4%, 경기 13.2%, 인천 3.6% 등 총 68.2%에 달해 92년 63.3% 대비 4.9%포인트나 늘어나 경제 일극화(一極化)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이 새삼 밝혀진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세방화(世邦化)시대에 '지방 홀대'를 담보로 한 수도권 비대화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닌데도 이처럼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지역 간 자금 흐름의 편차마저 심해 영남권은 상대적 소외감이 극심하다. 신도시가 많이 들어선 경기지역이 10년전에 비해 4.1% 증가 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충청권이 0.2%포인트 늘고 호남권이 0.1%포인트 줄어든데 비해 영남권은 무려 3.3%포인트나 감소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금 뿐만 아니다. 대출금도 다른 지역은 늘거나 답보상태인데 반해 영남권은 2.6%포인트나 떨어졌다. 돈 줄을 끌어들일 유인(誘引)요소나 경제적 인프라가 타 지역에 비해 극히 열악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앙집권체제 하에서는 '지역민만의 몫'은 아니다. 정치·경제는 물론 정보까지 중앙이 독점하고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힘만으로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특구'를 수도권에 집중배치하고, 틈만나면 일대에 공단을 조성하는 등 수도권 우선 정책을 버리지않고 있다. 마지못해 내놓는 지역활성화 대책마저 매우 형식적이다. 14일 발표한 지방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년부터 지방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재산세와 종토세를 5년간 내지않고, 수도권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취득세 등록세 면제기간을 3년간 연장해줄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금과 정보 그리고 권한이 서울에 집중된 탓에 지방은 장사가 되지않는데 세제 혜택을 노려 지방으로 오겠다는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행정기관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의 과감한 지방 이전, 지역 성장산업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선행돼야한다. 피상적인 정책만으로는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없다는 사실을 재삼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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