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불린다. 뚜렷한 사계절에 따라 바뀌는 자연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계절에 맞추어여러 가지 변화를 더하면서 즐겁게 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한자를 많이 배우지 않아서인지 금수강산(錦繡江山)을쇠 금(金)자와 물 수(水)자로 잘못 쓰는 경우도 많다.이렇게 더운 날씨에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마시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산 좋고 물 맑고 너른 들녘에 농사가 잘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먹을 것이 넉넉해야 인심이 나고 사람들의생활도 화기애애하다. 그런 고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풍요로운 경제를 바탕으로 넉넉하고 여유로운 생각을 하면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삶에 필요한 의식주의 조건이 골고루 갖추어진 곳이 살아가기에 좋고 또한 사람들은 그러한 곳을 찾아 살고자 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삶의 조건이 잘 갖추어진 곳이라면 급속히 숫자를 늘려가며 증식한다. 더운 여름철에 미생물들이 제 철을 만났다고 증식하면서 곳곳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썩히거나, 김치나 막걸리가 빨리 시어지는 것도 자신들이 살기에 적당한 조건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악취는 물론 아픔까지도 가져다주는 미생물들은 조금도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생활에 충실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고통은 미생물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잘못 처리한 것이라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여름철에 미생물이 증식하는 모습은 피서지를 찾아 모여드는 우리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생물들이 알맞은 삶의 조건을 만나 급속히 증식하는 것처럼 가용 면적당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꽤나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생각해 본다.
모든 생물은 조건이 맞아야 힘차게 증식하듯이, 우리가 복작대며 사는 모습을 보면 함께 모여 살기에 무언가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는아무래도 한데 어울려 살기에 좋은 금수강산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이재열 경북대 교수, 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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