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비난받았던 미 연방수사국(FBI)이 과거 폭력조직원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한 스캔들이 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여년전 워싱턴의 FBI 본부는 보스턴 지부의 FBI요원들이 전문 킬러와 폭력조직 리더들을 정보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AP통신은 보스턴의 FBI요원들이 정보제공을 대가로 살인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정보원들이 기소되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보스턴 FBI스캔들은 극소수의 FBI요원들이 이같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악마와 기꺼이 거래한 FBI요원들은이 정보원들을 이용, 마피아단을 궤멸시켰다. 그러나 AP가 직접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FBI본부는 악명높은 뉴잉글랜드 지방 킬러들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AP는 FBI사무실에서 보스턴지역 요원으로부터 6가지 본부 답변자료와 함께 20가지 현장 메모를 넘겨받았다. 이 자료들은 FBI본부가 범죄자들을정보원으로 이용하는 대신 범죄를 용서해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964년부터 1987년 사이 기록된 현장 메모에 따르면 워싱턴 본부는 보스턴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알려진 한 사람을 정보원으로 이용했고 그 정보원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살인할 것 같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메모는 또 정보원들중 두 사람이 보스턴의 '범죄 기업' 정책을 결정하는 범죄조직의 두목이었다는 점도 워싱턴 본부에 알렸다.
이와 함께 워싱턴 본부는 보스턴지부의 FBI요원들이 이 정보원들을 다른 경찰기구로부터 보호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살인을 배후조종한 한 정보원은 석방되고 무고한 네 사람을 감옥에 보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워싱턴 본부가 정보원들을 보호하는 데 직접 관련된 사실도 메모를 통해 밝혀졌다. 1983년 보스턴 요원들은 정보원 두 사람이 살인용의자로 심문받지 않도록 했다. 당시 보스턴 지부의 부지부장이었던 한 요원은 "워싱턴의 고위 FBI인사가 수사중단을 명령했다"고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보원에 관한 현장 메모가 씌어진 시기에 FBI를 이끌었던 인물은 J·에드거 후버, 윌리엄 세션스, 윌리엄 웹스터 등이다. 이들이 그 메모를보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후버 국장시절 부국장으로 일했던 카르타 디로치는 "고(故) 후버 국장이 항상 현장 메모를 읽지 않았다"며 "자신도 현장 메모를 보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웹스터와 세션스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FBI본부에서 누가 메모를 읽었는 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몇 사람은 주의를 끈다.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명이 없는 6가지 답변에서 워싱턴 본부가 정보원들을환영했고 현장 FBI요원들을 칭찬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워싱턴의 FBI본부 대변인은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AP는 정보원 이용과 관련 재판과정 기록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의회 정보위원회의 파일에서도 FBI메모를 발견했다. 또 FBI의 보호하에 정보원들이 저지른 범죄 희생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1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FBI 스캔들의 뿌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산주의자 색출에 집중하고 있었던 FBI는 점증하는 조직범죄를 일제소탕하라는 여론의 압력을 받고 있었다.이에 보스턴의 FBI요원들은 히트맨(살인청부업자) 두 사람을 정보원으로 채용하는 한편 마피아 패밀리 패트리알카로부터 비합법적 영업권을 장악하려던 사악한 암살단 윈터 힐 갱단과의 연합으로 대응했다.
최근 밝혀진 범행과정에 따르면 보스턴 요원들은 마피아에 대한 정보제공 대가로 윈터 힐 갱단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상했다. 주 경찰과 연방 마약단속반이 마약판매와 절도, 살인을 일삼은 윈터 힐 갱단을 추적할 때 그들에게 비밀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양측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패트리알카 마피아는 기소돼 궤멸되었고 윈터 힐 갱단은 보스턴 지역의 비합법 영업권을 넘겨받았다.
FBI 정보원들의 폭력 희생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이와 관련, 최고위급 정보원들이 FBI본부로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워싱턴 본부의 역할을 오랫동안 의심해왔다. 그러나 26가지 현장메모와 답변이 발견될 때까지 증거는 거의 없었다. 메모는 법무성 검사가 정보원 관련 많은 FBI문서를 정기적으로 파기하도록요청했지만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보스턴 지역 FBI요원들과 갱단사이의 협약은 매사추세츠주 경찰과 연방 마약단속반이 윈터 힐 갱단에 대한 공갈사건을 밝혀내는 1995년까지 비밀로 남아 있었다. 윈터 힐 갱단의 두목 제임스 J 불거와 그의 수석 참모 스테판 J 플레미는 다섯 가지 다른 혐의로 기소되었다.
불거는 보스턴의 FBI요원들이 비밀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달아나 아직 붙잡히지 않고 있으며 다른 갱들은 체포되었다. 플레미는 그와 불거가 FBI정보원이었으며 그들의 범죄는 FBI의 보호하에 저질러진 것이라며 즉시 항의했다.
보스턴 지역 판사 마크 L 울프는 플레미의 주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으나 주장은 뒤집어졌다. 울프 판사는 수십명의 FBI요원들이 법과 사무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존 코널리 한 사람만이 불법행위로 기소돼 선고를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증언을 면제받았다.두 사람 모두 그들이 보호한 정보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점은 인정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