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때 남편의 나라 한국에 왔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일본으로 귀환도 하지 못한 나자레원(경주시 구정동)의 일본 여성들이 맞는 광복절은 감회가 남다르다.
남편의 고향이기에, 또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굴곡진 한·일간 역사의 뒤안길에서 남보다 더한 고통과 외로움을 겪어 왔던 것.
나자레원에서 인생의 황혼을 보내고 있는 일본 여성은 24명.고국으로의 귀환을 포기한 채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일제 때 일본에서 유학왔거나 광산 근로자 등으로 징용 온 한국 청년을 사랑해 결혼을 했다.
그러나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보니 부인이 있거나 혹은 일본여자라는 이유로 시댁에서 쫓겨나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전쟁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일본 패망 이후 한국에서 식모살이와 행상 등 생계를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해야 했는데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김용성(84) 이사장이 나자레원에서 마음 편하게 머물도록 한 것.
일본에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 자란 후꾸다 마사코(75) 할머니는 "한국을 두고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모국 일본이 저지른 침략은 두고 두고 깊이 사과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자레원은 최근들어 일본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학생과 청소년들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또 일본재단(회장 소노 아야코)은 지난해 나자레원에 건평 1천298㎡ 규모의 2층 콘크리트(27실) 건물을 희사했는데 신축 건물의 방은 특급호텔 수준의 고급 자재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졌다.또 힐체어 자동차 1대와 비품을 기증하고 남은 여생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나자레원 송미호(52) 원장은 "나자레원을 통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얻을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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