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남북협상에서 우리는 이번에도 성급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치 다 내어줄듯 호방한 웃음을 터뜨린 북한대표들은 정작 합의문이라는 결과의 도출단계에서는 '짠돌이'였다.
10개항 합의라는 긍정적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실망스러워 하는 것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문제에선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밥먹다가 중간에 밥상을 물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오는 26일 서울서 있을 경협위 2차회의는 그래서 중요한 제2라운드다.
경협위를 시발로 두달간의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9월에는 적십자회담.남북축구.금강산관광회담.이산상봉 등의 일정이 매주마다 이어져 있고, 10월에는 부산아시안게임.8차장관급회담.북경제시찰단 방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남북관계의 복원.순항을 예고하지는 못한다는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잘 나가다 어디로 빠진다고 '서해교전'하나면 공든 탑은 와르르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정세현 통일부장관과 북측 김영성 단장의 머릿속은 근본적으로 동상이몽이었다. 이쪽은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회담' 실천이 알맹이였고 저쪽은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경협'의 밥상에만 눈독이었다. 회담을 제의해올땐 철도문제를 거론해놓고 정작 경의선 연결공사를 위한 군사당국자회담 요구엔 끝내 오리발을 내민 것에서 북한측 협상자세의 변화없음을 보게된다.
깨어진 유리를 다시 붙이자고 나올때는 당연히 접착제를 갖고와야 하는데도 그들은 '군부에 두고 왔다'고 엉덩이를 뒤로 뺀 것이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장관급회담에 앞서 실무회담을 북측이 제의했던 속셈도 서해교전의 사과를 하위급회담으로 끝내겠다는 것인데, 우리도 버티려면 거기서 버텼어야지 괜히 이번 회담에서 소득없이 끄집어내 우스은 꼴이 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미결로 남은 군사회담 일정문제는 경의선 연결, 금강산 육로개설 등 휴전선을 넘나드는 남북경협사업의 대전제인 동시에 남북간 군사적 신뢰를 쌓는 초석이다. 따라서 26일 서울의 경협위에서 경의선 연결공사 일정잡기에 또 실패한다면 햇볕정책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회담전략의 부재(不在)라는 따가운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우리가 무얼 원하고 무엇을 줄지, 우리의 수(手)를 다 읽고 앉은 북한을 상대로 우리도 이번엔 한번쯤 버틸 궁리를 해볼 것을 권한다. 까딱 9.10월의 남북행사에서 북측은 주연, 우리는 '엑스트라'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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