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게임 거래 사기 청소년 전과자 양산

◈올들어 6.5배 늘어

인터넷게임의 아이템을 판다고 속여 번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10대, 손쉽게 돈 버는 방법에 현혹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도 다시 인터넷 사기를 저질러 급기야 구속된 중학교 중퇴생. 인터넷게임이 10대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경북경찰청이 적발한 사이버범죄 중 인터넷게임 사기는 5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건에 비해 6.5배 늘었다.

이 중 10대가 저지른 범죄는 15% 정도. 그러나 피해금액이 적거나 PC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추적이 어려워 사법처리 없이 내사종결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10대의 범죄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는 것.

중학교를 중퇴한 ㄱ(14)군은 인터넷게임의 사이버무기를 판매한다며 속여 26명으로부터 36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올초 구속됐다. ㄱ군은 이미 지난해 7월 같은 혐의로 구속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그러나 쉽게 돈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ㄱ군의 형(18)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ㅇ(19)군은 친구 명의로 개설한 아이디로 인터넷게임에 접속, 사이버 화폐인 '아덴'을 팔겠다며 속여 177명으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챘다. 지난해 11월부터 두달간 빼낸 돈은 무려 4천300여만원. ㅇ군은 2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판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을 놀라게 했다.

이같은 범죄의 원인은 인터넷게임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어른들과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10대간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컴퓨터에 익숙한 10대들이 사이버상에 떠도는 해킹프로그램을 이용, 타인의 게임아이템(무기.갑옷.화폐)을 훔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게임아이템 절도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10대들은 사이버범죄의 심각성에 둔감해지고 급기야 현금이 오가는 아이템 거래를 하다 결국 판매할 아이템이 없어지면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는 것.

경찰 한 관계자는 "처음에 '바늘도둑'으로 시작한 10대들은 성인이 돼 점차 대범해지면서 결국 '소도둑'이 되고, 전과자로 낙인찍힌다"며 "인터넷 게임이 확산되는 만큼 이에 따른 엉뚱한 부작용도 커지므로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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