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에 모든 업종에 걸쳐 흑자를 냈다.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치인 17조437억원을 기록한 것은 세계 경제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한국경제의 건재(健在)를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작년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125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75개사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흑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쟁력 제고나 기술개발투자 등을 통한 생산성 증대 요인보다는 환율이나 저금리 등 외부환경에 의한 일시적인 이익이 대부분이라 기업들의 기초체력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의문이다.
먼저 매출액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0.69%밖에 늘어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은 10.7%나 증가, 기업이 얼마나 수익성 위주의 '실속 경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신규투자를 기피함으로써 기업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결여됐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최근 달러화의 폭락에 따른 환차익이 전체 순이익의 17%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 기업이 외부충격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떨어졌는데도 환차익이 발생한 것은 외화표시 자산보다 외화표시 부채가 많아 금융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1/4분기에 비해 2/4분기의 실적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내수시장이 성장을 주도해왔는데 다소 방만한 수요촉진책으로 인해 가계 빚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수출에도 비상이 걸려 있다.
내수가 수출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과소비는 거품화할 것이 뻔하다. 2/4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는 것은 내수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그러나 긍정적으로 눈여겨 볼 대목도 많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통 굴뚝산업의 약진은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지난 10년간 '벤처'의 환상에 젖어 IT(정보기술)산업에 치중, 다소 균형감각을 잃었으나 자동차를 비롯한 철강 화학 등 굴뚝산업이 되살아남으로써 벤처와 전통산업의 새로운 접목(接木)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부는 이런 이익증대가 개술개발과 시설투자 증대로 이어져 우리경제의 성장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를 해야할 것이다. 내년 이후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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