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계-노동계 입법앞 공방 '주5일'근로시간 주나 안 주나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단축 협상이 결렬된 이후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단독입법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의 파급효과를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설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해도 실제 노동시간은 줄지 않을 것이므로 효과도 없는 제도도입이라는 내용의 자체연구자료를 연일 내고 있고 노동계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일단 양측의 논리 대결은 정부 입법을 앞두고 정부에 대해서로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반영시켜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논리대결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늦어도 올 가을안에는 윤곽이 나올 정부 입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대한상의는 최근 '장시간 근로의 원인과 대책'이란 보고서를 내고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도 근로시간은 줄어들지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을 목표로 도입하는 '주5일 근무제'가 결국 근로시간도 줄이지 못한 채 기업들의 노동비용 상승만 가져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연간 2천447시간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장시간 근로는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 법, 관행의 합작품이므로법정근로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장시간 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노동의 공급자인 근로자들의 경우, 최고 150%에 이르는 높은 초과근무 할증률로 인해 엄청난 초과근무 수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장근무를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진다 해서 근로자들의 이같은 성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입장에서도 해고절차가 번거로운 우리나라 상황에서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것 보다는 기존직원의 연장근로를 선호할수 밖에 없어 법정근로시간 단축조치가 이뤄지면 기업은 초과근로수당 등 인건비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의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에서 초과근로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로서 장시간 근로의 주된 원인이라며 이는실제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보다 오히려 3~8시간 가량 적은 대다수 OECD회원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연장근로를 선호하는 구조적 현상이 아직도 큰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 전면시행은 시기상조며 근로자들이 금전보다는 휴식을 원할 정도로 경제수준이 높아질 때 제도도입의 근본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한다해도 소설 '가시고기'나 '아버지'에서 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아버지 상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한 아무리 법정근로시간을 줄여도 가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한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근로자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주장이다.

▨노동계: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협의에 참가했던 한국노총은 대한상의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주 48시간 제도이던 때 월평균 노동시간이 221~227시간이었지만 주44시간으로 줄어들면서 205~208시간으로줄어들었다며 대한상의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결국 대한상의의 주장은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사용자들은 근로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겠다는 발상으로 실노동시간단축을 통해 근로자에게 여가와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단축 협상정신마저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또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와 사용자가 상호필요해 이루어진 합작품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근로자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저임금 근로자가 생계비 확보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을 마치 자발적으로 하는 것처럼 상의가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이 달 초 성명을 내고 연간 2천447시간에 이르는 세계최장의 노동시간을 어떻게 2천시간 아래로 줄일 것이냐가 핵심쟁점이라며 근로조건 후퇴없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도입돼야 실제 근로시간 단축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재계의 요구처럼 연월차 휴가를 줄이고 생리휴가를 없애고 탄력근로제도를 확대하면 임금저하를 우려한 근로자들이 실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을것이라며 재계가 이같은 요구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단축 효과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입법 일정:재계와 노동계의 근로시간 단축 무용-효과론 난타전속에 노동부는 늦어도 이 달 안에 이르면 다음 주중에 주5일근무제 관련 법안을입법 예고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자 대결이 격화되면서 입법이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있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협의를 거쳐 왔고 경제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입법안이 제출되더라도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못했던 임금보전 방식, 연월차휴가 가산년수는 물론 시행시기, 휴가촉진사용방안 등 쟁점에 대한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노동계는 정부 입법 과정에서 근로조건 후퇴가 반영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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