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엔 아직도 공륜이라는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지난 달 말부터 영화계는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은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를 둘러싼 '영화와 표현의 자유'라는 해묵은 논쟁으로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젊은 영화감독과 다수 시민단체까지 '제한상영가 철회' 목소리를 높인데 이어 영화제작사측이 지난 9일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 재심을 신청, 다음 주말 안으로 영화개봉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죽어도 좋아'는 실제 부부인 박치규(73), 이순례(71)씨가 주인공으로 등장, 황혼에 찾아온 노인들의 사랑과 성을 솔직하게다룬 67분짜리 디지털 영화.
이 부부는 영화에서처럼 70대 나이에 구청복지회관에서 우연히 만나 재혼한 황혼커플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랑의 감정을 쌓아나가는 에피소드들(잠시 친구를 만나러 간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애타게 찾아 시장통을 헤매는 장면)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등급이 내려진 대목은 7분짜리 구강성교장면. 영등위는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이 장면이 "18세관람가 등급에서는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며, (일반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반사회적인) 준 포르노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시사회를 본 시민단체들사이에도 논쟁이 거셌다. 판결 긍정논리는 "실제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연출의도를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리얼한 성교장면이 없었더라면 주인공 노인부부의 심리변화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 "성행위장면을 삭제하면 18세 관람가 등급을 주겠다는 영등위의 판단은 사실상 검열행위"라며 거세게 반박했다.
화제를 돌려서 '제한상영가'란 판결은 사실상 위헌판정을 받은 이전의 등급보류이며 '제한불가'나 마찬가지다. 일반극장에는 걸지 못하는제한상영가등급 영화를 위한 '제한상영관'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물론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오래된 화두의 해답은 역시 이렇다. "노골적인 성묘사 자체를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그 영화에서 꼭 필요한 부분인가를 따져라".'죽어도 좋아'에서 노인들이 성행위가 빠졌더라면 심심한 TV문학관 정도에 그쳤을 테니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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