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여름장마를 날려버리고 싶은가'.
요란한 블록버스터가 남긴 실망, 호러영화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줄만한 '달콤쌉싸름한' 영화 두 편이 15일 극장가를 찾았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문소리, '박하사탕'의 세 주역이 합심한 영화 '오아시스'와 '으랏차차 스모부' '셀 위 댄스' 등에서 선보인 특유의 위트섞인호들갑스러움이 돋보이는 일본영화 '워터보이스'.
로맨스라면 늘씬한 아가씨와 허여멀건 사내가 똥폼잡는 '멜로'만 떠올리는 당신에게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오아시스'는 정말 잔인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자란 둘이 서로 좋다고 안고 주무르는 꼴이라니. 볼썽사납다구? 하지만 사랑은 종종 알수 없는 힘을 발휘해 삭막한 사막을 오아시스로 변모시키는 법이니까.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 대신 교도소에서 생활하다 막 출소한 29세의 종두(설경구 분)는 폭력과 강간미수까지 전과 3범이다. 연신 코를 훌쩍이며 다리를 달달 떨다 가족에게서 핀잔만 받는 인간이다.
빈집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코끼리와 인도무희가 그려진 벽걸이 양탄자를 보는 게 유일한 취미인 공주(문소리 분)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종두는 형의뺑소니 사고로 죽은 청소부의 딸인 공주를 찾아오고, 이내 둘은 연인이 된다.
손거울로 비둘기를 만들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공주와 손가락질 받는 종두의 삶에 오아시스가 펼쳐진다. 큰맘 먹고 나선 드라이브길,복잡한 청계천 고가도 이들에겐 답답하지 않다. 사랑하는 이를 안고 즐거워하는데 장애쯤은 문제되지 않는다.
한국영화로선 드물게 물기 마른 멜로인 '오아시스'는 두 주연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그래도 사랑은 지고의 순수'라는 확신을 웅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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