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 끝 한우산업-(4)정책의 혼선

'사육두수 250만~260만마리, 사육농가 34만호, 송아지 경영비 51만6천원, 한우자급률 30%, 국민 1인당 소비량 10.04㎏…'. 정부가 UR타결과 WTO출범으로 2001년 예정된 국내 쇠고기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하고 한우산업 생존을 위해 지난 97년7월 발표한 '한우산업백서'에 나오는 2001년 한우산업의 미래이다.

그러나 백서가 나온 지 불과 4년만인 지난해, 우리 한우산업의 모습은 엉망으로 망가진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사육두수 140만마리, 사육농가 24만호, 송아지 경영비 78만7천원, 한우자급률 20%대, 1인당 소비량 8.1㎏…'.

이런 징조에 당황한 정부는 지난해 4월 부랴부랴 2010년까지를 목표로 한 한우산업발전 종합정책을 다시 만들었다. 2010년까지 2조4천259억원을 투입하고 '사육두수 225만마리, 자급률 36%, 거세수소 출하체중 610㎏, 거세율 95%, 육질 1등급 비율 80%…' 등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우정책이 바뀔 운명을 맞고 있다. 사육기반 강화에 절대적이라며 재작년 도입했던 송아지 생산안정사업과 다산장려, 고품질 한우쇠고기생산을 위한 거세사업의 대폭축소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

우수등급의 한우를 출하할 경우 차등지급(1등급 15만원, 2등급 10만원)하던 우수축 생산출하 포상제도는 올해부터 없어졌다. 이밖에 번식우 위탁사업 등 일부 주요사업들이 시행되지 않거나 축소 조짐을 보인다며 축산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한우 관계자들은 올해 600억원이던 송아지 안정제사업 예산은 내년 540억원으로 축소되고 20만~30만원하던 다산장려금도 15만~20만원으로 감소되는 등 올해 1천900억원이던 한우예산이 내년에는 1천5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한우협회는 내다봤다.

30년째 한우를 키우는 한우협회 전영환(51·경북 군위군 효령면 장기리) 군위지부장은 "정부가 수차례 한우정책을 내놓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송아지 생산과 번식 등에 대한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희망했다.

사단법인 전국 한우협회측은 한우산업의 감축대상 보조금이 연간 1천100억원(2002년) 정도로 WTO허용치 1천780억원에 비해 많이 부족한데도 정부가 내년 예산을 줄이려 한다며 이는 한우산업 포기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축산경영과 이상수 사무관은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사육두수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한우관련 예산에도 어려움은 없고 송아지 생산안정예산도 확보돼 예정대로 될 것이며 내년부터는 사육두수가 늘어날 전망"이라 말했다.

그러나 정부 농어촌특위의 축산분야 경쟁력 제고대책 연구에 참여중인 영남대 조석진 교수는 "농업은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으며 번식기반을 위한 정책유지와 함께 농민들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고 한우 번식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97년 정부는 2001년의 수입개방에 대비, 한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4~6배가 높은 한우값과 농가 생산비용을 낮추고 고급육 생산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수립했다. 지난 96년 기준으로 한우 500㎏ 비육우가 275만원인데 반해 미국 50만원, 호주 34만원이고 140㎏ 한우 수송아지 역시 마리당 한우 136만원이나 미국과 호주는 22만1천200원과 172천원760원으로 나타났기 때문.

생산비 역시 96년 기준으로 비육농가의 500㎏ 마리당 264만2천원이고 번식농가의 송아지 생산비도 116만원2천원으로 마리당 농가의 순수익은 27만6천원과 10만7천원에 불과했던 것.

이에 따라 정부는 2001년까지 500㎏ 한우 소값을 200만원대로 낮추고 송아지도 90만~95만원 수준으로 내려 수입 쇠고기에 경쟁이 되도록 적정사육두수 250만~260만마리를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생산비도 비육우(500㎏)는 160만원, 송아지 72만원으로 낮춰 나간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수입 쇠고기의 범람과 IMF, 생우수입, 정부정책의 잦은 변동에 따른 일관성 부족으로 한우사육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경쟁력 약화와 함께 한우산업은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생산비는 계속 증가, 송아지 경우 지난 99년 129만8천원에서 지난해 144만3천원, 비육우(500㎏기준)도 99년 219만7천원에서 246만6천원으로 늘어났다.

산지 소값 역시 올라 500㎏ 수소는 지난해 453만원, 암소는 456만원으로 뛰었고 송아지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수송아지는 209만원, 암송아지는 197만원에 거래돼 쇠고기값 상승을 부추기면서 수입고기 증가와 자급률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 남호경 지회장은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 축산농가들의 신뢰를 못얻고 농가의 심리적 불안을 부추겨 한우산업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한우정책을 비판했다.

게다가 정부는 한우 사육두수가 그간의 하향추세에서 탈피, 지난 6월말 현재 145만마리로 지난해말 140만마리보다 5만마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예산의 삭감움직임을 보여 한우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대구·경북 한우조합 이재학(64·대구 달성군 하빈면) 조합장은 "내년도 예산심사에서도 한우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분에서 많은 돈을 감축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 한우기획팀 김창엽 팀장도 "농협에서도 이번의 좋은 기회를 맞아 한우번식 기반확대를 위해 올해 2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중"이라며 "암소도축 감소와 인공수정 증가 등 한우번식을 위한 좋은 조짐에 정부의 예산감축 같은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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