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문화-(8)대구 도심녹화.조경

전임 문희갑 대구시장은 '나무시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도심녹화와 조경에 애를 썼다. 물론 대구 도심의 녹화에 관심을 가진 첫 시장은 이상희 전 대구시장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시가 1996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1천만 그루 나무심기사업을 추진하면서 지 난 6월말 현재 628만그루를 심었는데 혹서로 악명을 떨치던 대구는 여름 평균기온 이 3~4℃ 이상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눈에 띄게 쾌적한 환경으로 변했다 . ㎞당 나무 68그루와 18명당 1그루의 나무숫자는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도심의 가로수는 시원한 풍광으로 빌딩과 차량으로 답답한 도시를 푸르게 하고 여 름 체감온도 저하, 도시경관 개선, 소음과 공해 차단 등의 효과를 발휘하는 등 대 도시의 허파구실을 한다. 대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곳곳에 아름답게 펼쳐진 가로수 길은 운전자에게는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되기도 하고 시민들에게는 아늑 한 휴식처가 된다.

대구가 자랑할 만한 가로수 길인 동대구로. 파티마 병원에서 두산오거리에 이르는 6.1㎞의 이 도로는 청주 IC입구의 플라타너스 길과 전주 익산 백리의 벚꽃길과 함께 전국 3대 가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에는 2만7천여그루의 히말 라야시더와 은행나무, 가시나무 등이 가로와 중앙분리대에 식재돼있다. 흔히 히말 라야시더길로 불리는 동대구역~범어네거리 구간은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실 이 도로와 히말라야시더는 여러 사연 이 있다.

60년대 중반 도로건설당시 왕복10차로에 이르는 도로폭으로 인해 예산낭 비라는 지적을 받았고, 식재된 히말라야시더가 외래수종인데 사철 변화가 전혀 없 는 상록수여서 무미건조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운전시야 방해와 교통량 증가 등으로 중앙분리대 해체 및 대체식재 위기도 맞았으나 최근 대구시가 실시 한 여론조사결과 시민 66%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답해 보존이 가능하게 됐다.

도심을 벗어나면 팔공산 단풍길과 앞산순환도로의 이팝나무 길이 있다. 동화사 입 구~파계삼거리(16.3㎞)에 이르는 팔공산 단풍길은 늘어선 5천100여그루의 단풍나 무와 느티나무, 왕벚나무들은 주말마다 차량체증으로 짜증을 내는 운전자들의 기 분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가을에는 내장산에 가지 않고도 단풍을 즐 길 수 있고 단풍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곁들여져 아베크 족들의 좋은 데 이트 장소가 되고 있다.

이팝나무길은 상동교~달비골 입구 7.1㎞구간으로 모두 5 천100여그루의 이팝나무가 있다. 새로 뚫린 길이 아닌 구길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대구 앞산이 이팝나무의 원산지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무성하며 5월초 꽃이 피면 흰 눈이 내린 듯한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 밖에 팔공로 마로니에 길과 무학로의 조구나무 길, 2줄 터널 가로수 길인 국채 보상공원 옆 녹도와 두류공원 녹도도 대구에서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손꼽히고 있 다. 대구 안심의 모란아파트 옆담 가로수 터널도 아름답다.

그러나 대구시가 나무식재에 많은 행정력을 집중해왔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취재차 들른 일본 센다이시의 경우 인구 100만명의 대도시지만 시 전체가 공 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심 곳곳에 10m가 넘는 느티나무와 삼나무로 가득했다.

도로 중앙에는 아름드리로 늘어선 가로수 사이에 도로만큼 넓은 분리대와 벤치를 설치,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외곽지로 빠지는 도로나 인근 산에는 수십 ~수백년이 됨직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상공에서 내려다 본 센다이시는 푸르름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센다이시가 울창한 숲과 하늘 높이 뻗은 가로수를 갖게된 것은 자연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기후토양상 삼나무나 느티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 건이긴 하지만 "가게 앞 나무는 가게 주인이 책임지고 키운다"는 한 관계자의 말 처럼 국가와 시당국의 조림과 함께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다.

서종달(주 도시건축 대표이사) 대구건축협회장은 "거리특성에 맞게 가로수를 식재 하는 미적감각과 함께 가로수를 보살피는 시민들의 각별한 정성이 필요하다"며 " 후세에 물려줄만한 아름다운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몇 곳을 거점화해 집 중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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