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색적인 '안팔리는 그림전'

김옥경 교수 마련28일까지 광주서

"전시회를 하면 잘 팔리는 그림전을 해도 올까말까인데 왜 안 팔리는 그림전을 할까". 전시기획자 김옥경 경산대교수(대구시 월드컵 문화행사 자문위원 역임, 미술사학 박사)는 광주 나인갤러리에서 '안 팔리는 그림전'이라는 이색적인 유료전시회를 기획, 19일부터 28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안 팔리는 그림전'의 팸플릿을 받아든 이들은 반응은 "정말 오랫동안 작품을 한점도 팔지 못한 작가들이란 말이야? 잘 팔릴 것 같은데…" 등을 포함하여 여러 갈래이다. 그림을 팔기 위해서 여는 '전시회'와 '안팔리는 그림'이라는 아슬아슬한 아이러니는 색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미술계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런 기획에 수긍이 간다. '그림을 그들의 구원으로 삼는' 회화성 강한 화가들의 작품은 잘 안팔린다. 처음에는 치열한 자기싸움으로 섬뜩한 작품을 그리던 화가들도 점차 현실에 물들어가면서 소위 '팔리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김씨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나인갤러리 양승찬 대표는 "이번 전시회가 현실을 단지 눈에 익은대로 보기 좋게 혹은 편하게만 꾸미려 하는 우리들의 허울과 탐욕을 노출시킨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고수하고 있는 작가 김상연,김복환,박수만,전진영,정규봉 등 5명이 출품한다. 다 상업성보다 회화성이 강한 작가들이다.

"작품과 상품이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작가와 대중의 생산과 소비라는 접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라는 김교수는 11월쯤 대구 봉산동에서 크로스 오버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회를 선보일 예정.

그림 자체보다 우리 자신과 그림을 둘러싼 현실적 모순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실험성이 돋보이는 이런 전시회가 활발해져 마침내 '안팔리는 그림전'이 사라질 때 관행적으로 유통되어지는 예술의 상품성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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