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재혼 새 보금자리 만들기-(상)자녀문제

재혼가정이 초혼가정과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자녀다. 양쪽 모두 자녀를 둘 수도 있고 한쪽만 자녀를 두는 경우도 있다. 또 자녀는 있지만 전 남편, 혹은 전 아내가 양육하는 경우도 있다.

"새 남편은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저는 처녀의 몸으로 결혼했고요. 딸들은 제가 자기 어머니를 쫓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데 아직도 못마땅해하는 눈치지요.

더욱 큰 문제는 아들입니다. 아들은 엄마라 부르지도 않고, 말은커녕 눈도 맞추려 들지 않습니다. 남편은 그 아들에게 꼼짝도 못하고 쩔쩔맵니다". 재혼 관련 사이트에 한 여성이 전실 자녀 문제를 털어놓은 말이다. 이 여성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두려워 곁에 가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대구시 달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은 재혼 후 남편이 먼저 사망하고 전처의 아이들을 혼자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들 중 누구도 자신을 부양하려 들지 않는다. 몇 해전 큰아들이 아버지 제사를 가져가겠다며 들린 뒤 환갑 때도 명절 때도 혼자 지내야 했다.

자녀들이 모두 서울에 살고 있는 데다 오라는 말도 없기 때문에 명절 때도 찾아가지 못한다. 아이들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에 자기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고 말한다.

계부모에 의해 자녀들이 겪는 설움도 만만치 않다. 대구광역시 종합복지회관 아동청소년 상담실 전헌식 상담사는 "여자아이의 경우 계부의 성(性)적인 학대가 가장 대표적이고, 남자아이의 경우 계모가 식사를 챙겨주지 않거나 집을 오래 비우는 사례가 많다"며 "재혼가정이 아동학대의 취약지구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혼가정이 자녀와 관련해 겪는 문제는 이밖에도 많다. 결혼상담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흔한 문제는 △한쪽의 자녀가 다른 한쪽의 부모 또는 자녀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재혼 초기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심각할 정도로 고집하는 경우 △새 부부가 일정한 가정 생활 규범을 정했는데도 자녀들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

△초혼시절의 자녀들끼리만 뭉치는 경우 △새 부모가 처음부터 친부모와 같은 자세로 가정교육을 엄격히 하는 경우 △성장한 자녀들이 계부나 계모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 △성장 후 아버지나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녀들끼리 다투는 경우 등이다.

전문가들은 짧은 순간에 모든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새 부모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랑과 정성으로 자녀를 도와준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새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친부모와 새 부모를 다르게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바탕 위에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아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새 부모는 나를 돌봐 주는 사람이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받아 들여야 한다. 새 부모 탓에 친부모 중 누군가가 밀려났다는 억측은 상대를 증오하게 하고 결국 나와 가족 모두를 괴롭히는 결과를 낳는다.

전 남편이나 전 아내가 양육하는 자녀를 바깥에서 만나는 경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새 엄마나 아빠가 잘해 주느냐, 싸우지는 않느냐, 우리가 이렇게 떨어져 사는 것은 네 아버지(혹은 네 어머니)탓이다' 등의 말은 백해 무익하다.

또 너무 비싼 옷이나 장난감을 사 주거나 과다한 용돈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혼 상담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도움말: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회.한국 가정법률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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