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신화엔 오늘날 지구상에 사는 인류군(人類群)의 언어가 서로 다르게 된 연유를 제법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그들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려고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였는데 그걸 본 신이 "감히 인간이 신의영역에 도전한다"면서 그들이 공통으로 쓰고있는 말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헝클어 놓았다.
그 바람에 결국 바벨탑도 쌓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그때부터 인간세상의 언어가 달라지게 됐다는 게 그 줄거리이다. 이 얘기는 비록 신화이지만 '인간 언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최초의 보고서'가 아닐까 싶다.
▲13세기 독일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인간을 만든 건 신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신의 언어로 믿었던 히브리어만을 구사할 것으로 믿고 한 실험을 시도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갓 태어난 아기를 밀실에 가둬놓고 15년후에 끄집어 내 말을 하게 했더니 그 황제가 기대했던 신의 언어 히브리어는커녕 아예 언어구사능력이 없더라는 게 그것이다. 이 현상을 뇌과학자들은 인간의뇌는 태어나서 약 12세까지는 언어를 비롯한 각종 기억을 가장 손쉽게 저장하게 되다 그 이후 차츰 굳어지면서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언어는 인간만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일까. 새나 짐승 등 모든 동물들도 울음이나 못짓, 냄새 등을 풍겨 같은 동물간에는 초보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동물의 언어에 속하는 '울음 등의 소리'가 인간의 언어와 파장이다르기 때문에 서로 알아듣지 못할 뿐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가진 건 동물중 그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인간뿐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 인간만이 말을 하게 되는 언어유전자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의 한 과학자는 인간의 언어유전자인 'FOXP2'를 침팬지 등 다른 동물의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인간은 2개의 유전인자에서돌연변이가 생겨나 말을 하게 됐고 그게 인류출현이후 20만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왔다고 한다. 유전자의 변이가 주로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설명되는 것에 비해보면 이건 인간에겐 '행운의 유전자 변이'인 셈이다.
인류문명의 기초가 언어라는 점에서 보면 '언어유전자의 변이'는 그야말로신이 준 최대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화(舌禍)로 인간의 생명까지 무참하게 끊기는 인류역사의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비근한 예로 최근 병풍(兵風)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막말 파노라마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도 싶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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