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안 대평마을 수해실상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지러워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나 자식들이 가재도구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9여일째 침수돼 있다 이틀째 햇빛이 나면서 18일 처음으로 물 빠진 집에 들어가 살림가구들을 들어내던 경남 함안군 법수면 대송리 대평마을 안이수(66)씨는 몸을가누기 힘들 정도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대평마을은 함안군 법수면 침수지역 가운데 가옥 피해가 가장 큰 곳.

마을 68가구 가운데 지대가 높은 몇몇 집을 제외하곤 대부분 집에 물을 담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자리한 주택들은 천장까지 물이 차 일부는 완전 붕괴되기도했고 무너지지 않은 집들도 10일간 물에 잠겨 있다 보니 겨우 서 있는 실정이었다.

17일까지만 해도 마을안 도로에 물이 빠지지 않아 접근은 엄두도 못내다 이날 물이 완전히 빠지고 햇빛이 비치자 전 주민들이외지에서 달려온 자녀, 봉사대원들과 온 집안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가재도구를 내다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철수(71)씨는 "평생에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방에 들어찼던 물은 나갔지만 서까래까지 드러나 방마다 흙이 떨어지는 등 집이 완전히 못쓰게 돼 지붕 기와를 들어내 봐야 들어가 살 지 결정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마을 이장인 김양태(57)씨 집은 물이 빠지면서 17일 저녁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김씨 부인 성명자(51)씨는 "집에 완전히 물이 차 10일간 잠 한 숨 못자며 초조하게 마을회관에서 지냈다"며 "물이 빠지면서 그나마 서 있던 집이 내려앉아 억장이무너져 할 말도 없고 온 몸이 아파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이수씨 아들(27)은 "집이 서 있긴 한데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허약해져있고 천장에서 간간이 흙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친이40년 살아오신 집을 그냥 우리 손으로 부술수도 없고 그렇다고 놔둘수도 없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마을에 들어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던 함안군 청년회 허명호(41)씨는 "회원들이 개인별 특기를 살려 전기와 가스 등을 돌봐드리고 있고 부인들도 김치를 담궈 주민들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방재 관련 기관에서 조금만 신경을 더 써 예방에 나섰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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