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을 포함한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김대업 리스트'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씨는 20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98, 99년 군 검찰의 수사 당시 전·현직 국회의원 15명 등 병역비리에 연루된 고위층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했다"며 "당시 70~80명 가량이 됐고 이 중 일부는 실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현직 의원 중 한나라당 12명, 자민련 2명, 민주당 1명이며, 이들 중 전혀 거론되지 않은 사람이 5명, 공소시효가 남은 사람은 4명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당시 주임검찰관이었던 이명현 소령(현 연합사 법무실장·중령)도 모르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김대업씨 혼자만 알고 있을지에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김씨가 이명현 주임검찰관 밑에서 사실상의 '수사관'으로서 최초로 병역비리 수사를 벌인 것은 지난 98년 8월부터 99년 5월까지 약 9개월 동안이었다.이 기간에 김씨는 이 주임검찰관 및 J수사관과 보조를 맞춰 병역비리 수사에 열중했으나, 이들이 없는 시간대를 활용, 별도의 수사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1차 합수부 수사초기인 98년 12월~99년 1월 중순에는 근무를 마친 군의관들이 오후에 합수반이 있는 병무청에 와서 병역대상자와 부모의 성명, 소개자, 판정결과, 금품수수 현황 등이 담긴 일정한 양식에 범죄사실을 적고 나면, 김대업씨의 주도로군의관과 함께 병역대상자의 신검기록을 병무청 창고에서 찾아 두 문서를 묶어 보관하고 검·군 합수부의 수사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병역비리 수사에 협조한 군의관들에게는 면책을 전제로 했다는 후문이다.익명을 요구한 당시 수사관계자는 "주임검찰관과 수사관들이 퇴근하면 '병무비리 특별수사관'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김대업씨가 군의관을 통제하고 군의관의 자백자료 등 1차자료를 수집, 검토하고 새벽에 혼자 퇴근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전했다.
이어 이 수사관계자는 "98년 12월초순 저녁시간 합수부가 설치됐던 병무청에서 김대업씨가 뭔가를 하고 있어 확인해 보니 군 병원 신검기록을 보면서 정치인 자제관련 자료를 뽑아서 백지위에 요약하고 있었다"며 "언뜻 보니 거기에는 당시 유명 정치인인 S씨와 N씨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같은 목격담을 감안한다면 김씨가 혼자서 정치인 자제들의 자료만을 뽑아 '김대업 리스트'를 만들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여기에는 정연·수연씨 등 이 후보 두 아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러나 김대업씨의 주장대로 당시 군 검찰 수사관계자 중 4명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나, 최근 이 문제가 정치싸움으로 번지자 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해당 관계자들이 전혀 몰랐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군 일각에서는 99년 당시 군 검찰이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을 내사하기 위해 병무청에 병적기록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당시 군 실세가 "괜히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며 내사를 중단토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또 정연씨 병역면제와 관련된 김도술씨의 녹취록 작성도 추리가 가능하다.국방부에 따르면, 김대업씨가 김도술씨의 진술을 녹음했다고 주장하는 99년 3, 4월에 군 검찰이 김도술씨를 조사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김대업씨를 포함한 군 검찰이 김도술씨를 98년 12월 4차례를 포함해 99년 5월까지 모두 9차례를 조사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아직 확인할 길을 없지만, 김대업씨가 수감돼 있는 김도술씨를 주임검찰관이나 다른 수사관 모르게 별도로 불러 그같은 작업을 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당시 김씨를 지켜본 한 영관장교는 "직접 보니 김씨는 병무비리에 관한 한 전문가였다"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김씨가 직접 현역 군인을 신문하고 수사계획을 짜고, 역할분담을 시키는 등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것처럼 보였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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