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동해 이름찾기

엊그제 새벽 세계펜싱선수권대회 에페 개인전에서 무명의 주부검객(劍客) 현희가 아무도 꿈꾸지 않은 금메달을 따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랭킹 129위의 반란, 한국펜싱 유럽을 찔렀다-신문들은 갑작스런 빅뉴스에 지면을 도배질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홍보하는 효과는 이미 월드컵이 증명했다. 등불처럼 작은 우리나라가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은 국가 경제력의 확대에 덧붙여 스포츠외교·회의외교 같은 민간외교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1월2일 본란을 통해 잠시 소개했던 '동해'의 명칭을 둘러싼 일본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일단 '반판승'했다. 바다의 이름을 총괄하는 IHO(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즉 국제수로기구가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이후 70여년간 전세계 지도상에 올렸던 '일본해'의 명칭을 일단 지우기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IHO는 29년도 초판으로 찍은 '해양의 경계' 제4개정판에서 표기 분쟁지역임을 이유로 동해를 지도상에 '빈칸'으로 두겠다고 72개 회원국에 통보했고, 연말까지 찬반의사를 물은 뒤 내년에 개정판을 발간한다. 비록 반판승이지만 그 승리의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는 그 엄청난 승리의 뜻조차 모르는 사이 일본은 언론들이 일제히 '일본해가 사라졌다'고 보도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세계지도엔 점(点)조차 찍히지 않은 독도에 악착같이 집착하는 일본이 독도가 있는 그 넓은 바다의 이름을 삭제당했으니 오죽하랴.

▲이 '절반의 승리' 뒤엔 우리의 민간인·민간단체들이 있었다. 그 한 예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김신씨다. 그는 지난봄 국내 교수 177명의 서명을 받아 '논란이 되는 해양에 대해서는 병기(倂記)를 원칙으로 한다'는 74년 IHO의 결의를 준수해 달라는 서한과 함께 동해가 표기된 고지도들을 IHO에 전달하고 동해 회복에 온힘을 쏟았다.

79년 국제회의차 방문한 포르투갈 코인부라대학에서 실로 우연히 만난 지도 한장-1615년에 제작된 그 지도에서 Mar Coria(한국해)를 발견한 것이 그가 동해에 빠진 출발점이었다. 이런 민간인들과 함께 동해연구회 등 관련단체들의 숨은 노력은 정부보다 더 빛나는 역할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승부의 끝이 아니라는 데에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로선 동해·일본해의 병기(倂記)가 최우선이요, 그게 안되면 '빈칸' 유지가 목표인데 일본정부가 그냥 있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IHO에서 최종적으로 동해가 '빈칸'으로 결정되면 세계 각국의 지도제작사들은 향후 자기네 지도에서 동해를 쓰든 일본해를 쓰든, 아니면 병기하든 알아서 하게되므로 동해 홍보의 필요성은 더 말하면 잔소리가 아닌가.

거꾸로 일본해가 다시 등장하게 되면 세계지도상의 우리 영토는좁아진다. 정부의 외교노력과 민간외교에 온국민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외쳐야 하는 이유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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