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해찬 발언 검찰 '당혹'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거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발언이 불거지자 검찰이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 이 의원에게 이런 요청을 한 인사로 병역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거론되자 병역비리 수사가 정치권 정쟁에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이번 병역비리 수사가 정치권과 유착된 '기획수사'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되면서 수사의 신뢰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검찰조직 전체가 이번 발언파문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 검찰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병역문제 수사착수 이후 취재진과 전화접촉조차 자제해온 박영관 부장은 이 의원의 발언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1일 오후 기자들을 불러 직접 해명하는 등 불길 진화에 나섰다.

박 부장은 "이해찬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고 전화 통화한 적도 없으며 김대업씨와도 지난 5일 고소인 조사를 하면서 처음 부장실에서 만났다"며 '병풍수사 유도 청탁' 발언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부장은 "수사팀 멤버가 아니라면 당장 법적인 대응을 해야겠지만 병역비리수사 부장으로선 가급적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흥분을 감추려 애썼다.

병역비리 수사착수 경위에 대해 박 부장은 "사건이 우리부에 배당된 건 병무비리수사팀이 예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라며 "내가 부장이 아니라도 특수1부에 배당됐을 테고 지극히 당연한 일을 갖고 문제를 삼을 수 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의원 발언이 터져나오자 법무부와 대검, 서울지검 등의 간부들은 물론 일선 평검사들까지 대부분 밤 늦게까지 퇴근도 미룬 채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검찰 수뇌부는 '이해찬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는 박 부장의 해명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번 발언파문이 검찰조직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는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병역비리 수사가 지난 3일 특수1부에 배당된 직후부터 한나라당 측이 박 부장에 대한 수사팀 지휘자격 논란을 제기,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돼온 터여서 검찰로선 이번 파문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인상이었다.

더욱이 이날 예정돼 있던 재경지청장급 이하 평검사들에 대한 정기인사 발표 시점이 오후 3시 이후, 5시 이후, 밤 8시 이후 등 시시각각 늦춰지다가 결국 하루 연기되자 '발언파문으로 검찰인사안이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유임이유력시됐던 박 부장의 거취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지검의 경우 검사들이 청사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이 의원 발언이 정말 사실이냐'는 등 얘기를 주고 받는 등 어수선한분위기였다.

한 중견 간부는 "갑자기 무슨 벼락같은 일이냐"는 말로 당혹감을 표현했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국회에 그런 요청을 했다는 발언은 상상이 잘 안되는 얘기"라며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검찰이 자칫 또한번 '검난'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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