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사우디 갈등 악화-9.11관련 맞소송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9·11테러를 둘러싸고 맞고소로 대응하는 등 미-사우디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사우디의 소송제기=사우디아라비아의 카티브 알 샴리 변호사가 9·11 테러사태와 관련,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알 샴리 변호사는 "미국 당국에 의해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잘못 지목된 사람들을 대신해 현재 15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 샴리 변호사는 "소송의뢰인 중에는 아무 혐의도 없이 미국 당국에 의해 억류돼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으며 미국 신문들이 알 카에다 혐의자로 이름과 사진을 공표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측의 제소 움직임은 9·11테러로 친척을 잃은 미국인 500명을 대신한 미국 변호사들이 지난주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 왕가와 자선단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총 1조달러의 대규모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 샴리 변호사는 이와 관련 "미국측 제소가 허위이고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의 대미 투자금 회수=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넷판은 사우디가 최근 수백억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사우디의 자금 회수규모가 1천억∼2천억달러에 달한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사우디간 외교관계 재검토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외교협회(CFR)의 유세프 이브라힘 선임연구원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최근 수개월간 미국에서 적어도 2천억 달러를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내 강경파들이 사우디 자산 동결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됐다"면서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최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같은 경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미국에 투자한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금융계에서는 사우디 왕실 투자자금을 포함, 총 4천억∼6천억달러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유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신문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미국내 계좌의 완전 폐쇄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회수자금을 유럽 계좌로 이동시키고 있다면서 사우디 자금의 이탈이 달러화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우디 관계자들은 "대규모 자금회수 움직임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부인했다.

리야드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압둘와하브 아부 다헤쉬는 21일 "사우디의 대미 투자금은 대부분 장기 투자자금"이라면서 "일부 자금은 회수되겠지만 그 규모는 대단한 것이 아니며 정확히 규모를 파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리=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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