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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도랑치고 가재잡고

도랑이라면 폭이 좁은 작은 개울을 말한다. 이제는 먼 옛날의 일이지만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물은 대부분 시냇물처럼 맑았다. 그러기에 집 앞에 흐르는 도랑에는 맑은 물에 사는 가재가 살 수가 있었다.

큰 비가 내린 후에 흐르는 물줄기를 바로 잡느라 도랑을 정리하다보면 부수입으로 가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천렵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쯤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것이며, 한자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와도 뜻이 통한다. 사람의 생활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집 가까이 흐르는 도랑에 하수가 흘러들어 도랑은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물이라는 개념이 점차 흐려지고 더러운 물이 흐르는 개천으로 바뀌었고 더 나아가 더러운 하수구라는 개념으로 변했다.

더욱이 하수구라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시궁창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도랑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기조차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하수구로 변한 도랑에 신발 벗고 들어가 물장난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도시의 하수는 요즈음 생활 속에서 정리해야할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생활하수가 흐르는 곳은 어떻게든 한데 모아 냄새를 없애고

깨끗이 정화시켜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자연의 구성을 살펴볼 때에 오염물질과 하수를 처리하는 것은 분해자로 알려진 미생물을이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미생물의 힘을 빌려 냄새나는 시궁창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가스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특수한 미생물을 이용하여 하수를 처리하고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비록 하수구가 시궁창이더라도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동원하면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필요한 자원을 얻어낼 수 있는 공장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우리 생활에서 사라져버린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말이 '하수처리와 함께 에너지를 얻는'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의미를 가진 말로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열(경북대 교수.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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