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서커스의 살아갈 길

북유럽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가기 위해서는 독일의 함부르크를 거친다. 그래서일까. 8월의 무더위에도 함부르크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특히나 함부르크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서커스극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둘러 예약을 하고 아내와 아이를 합하여 3등석 가족티켓 41유로(한화 약 5만원)를 지불하고 어렵게 입장했다.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입구 맞은편 3층 높이에 마련된 무대 위의 11인조 밴드.

화려한 조명과 뛰어난 음향기기와 함께 뮤지컬 공연을 연상시켰다.막이 열리자 채플린 복장을 한 사람이 대사를 최소화해 마임과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를 가미하여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이어 미녀 곡예사의 쟁반 돌리기, 꽃 미남의 비누거품 만들기, 그네 타기, 네 마리의 말을 등장시켜 객석을 향해 인사하기 등 전형적인 곡예.

하지만 관객들은 열광했다. 12명의 늘씬한 무용수, 화려한 무대장치와 컬러플한 의상이 눈(시각)을 즐겁게 했다. 뛰어난 연주와 노래, 웅장한 효과음이 귀(청각)를 흥분시켰다.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킨 공연이었다. 영상매체와 같은 것에 매개되지 않고 생생한 시공간을 체험하게 하는 볼거리였다.

한국의 서커스 단체는 동춘, 대우, 한국. 이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동춘 서커스'는 단원만 해도 80명이 넘는다."75년의 역사를 가진 '동춘 서커스'는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계 스타산실이었습니다.

작곡자이자 색소폰 연주자 이봉조, 코미디언 서영춘, 남철.남성남, TV 탤런트 장항선이 그들입니다". 자랑에 열을 올리는 박세환단장은 경주출신. "지금 일산에서 공연하는데 관객이 많아요. 최고로 모일 때는 만 천명이 넘습니다. 대인 9천원이고 학생 5천원입니다". 망설임이 없다.

그러나 아니다. 한국 서커스는 누구나 사양길로 접어 든 것으로 인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결과다. 관객의 필요를 읽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서커스 생산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성년 아이들을 동원한 공중곡예, 손가락으로 공을 돌리는 저글링, 그네 타기…음악은 테이프…초라한 간이 천막으로 관객을 모으려고 할 뿐이다. 대신에 흥행이 안 되면 관객 탓이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서커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끼고 보존하지 않으려는 구경꾼을 문제라고 여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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