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은 3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개가 250만 마리로 가장 많고, 고양이, 새, 햄스터, 이구아나, 거북, 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애완동물 키우기는 개인의 기호이다. 문제는 집을 잃고 떠도는 동물들이다. 현재 대구 시내에서 거리를 배회하다 붙잡히는 개는 매달 150마리 안팎. 번식력이 좋은 고양이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짐작할 뿐 정확한 숫자 파악이 어렵다.
◇유기동물 왜 발생하나
한국 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떠돌이 개나 고양이는 대부분 발정기때 수컷이나 암컷을 찾아 집을 뛰쳐나온 녀석들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는 늙거나 질병에 감염돼 주인이 버린 것도 있다. 또 일부는 주인의 부주의로 집을 잃은 경우이다.
드물지만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등으로 이사를 가면서 키우던 동물들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의 경우 가출 1세대 보다 떠돌이들 간 번식으로 생겨난 떠돌이 2, 3세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떠돌이 동물은 우선 사람에게 위협적이다. 운전경력 15년의 김재환씨는 운전 중 한 달에 평균 한번씩은 개나 고양이 때문에 급정거를 한다. "이러다가 큰 사고 한번 내지 하는 기분이 드는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개나 고양이를 칠까 걱정, 급정거로 뒷 차와 부딪칠까 걱정, 차안에 탄 사람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이다.
김씨는 특히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둑어둑할 무렵이나 비 오는 날 소방도로를 지날 때 가장 아찔하다고 덧붙인다. 동구에서 달서구로 출근하는 양모씨는 2,3주에 한번은 차에 치여 도로에 널브러진 개,고양이들을 본다. 직접 치지 않아도 불쾌한 감정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사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차로 밟고 지나친 경우에는 종일 찜찜하다.
사체를 피하려다 옆 차와 부딪칠 뻔한 경우도 있었다.떠돌이 개의 가장 큰 위험은 광견병. 개는 매년 광견병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그러나 떠도는 개는 이런 접종의 사각지대에 있다.
광견병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개 회충도 골칫거리. 며칠 전에는 서울시내 어린이놀이터와 공원 내 모래 일부에서 시력장애 등 인체에 해를 미치는 개 회충알이 발견되기도 했다.
교통사고 위험이나 피부병, 기생충 등은 개와 비슷하지만 배회하는 고양이가 야기하는 문제는 더 많다. 고양이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어두운 골목길에 눈만 밝힌 채 엎드려 있기 일쑤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교배기에는 밤새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또 집단 생활을 하면서 어린 조류를 마구잡이로 잡아먹거나 쓰레기 봉지를 찢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산으로 올라가 야생화 된 고양이들은 생태계 파괴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의 우려와 달리 에이즈와 비슷한 고양이의 면역파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고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상담실은 밝혔다.
◇떠돌이 동물 운명은
대구시내에서 연간 소각되는 개는 300∼400마리. 소각되는 동물은 그래도 운이 좋은 녀석들이다. 떠도는 개 중 상당수는 교통사고와 질병, 굶주림으로 죽어간다. 그렇게 죽은 개는 청소과에서 쓰레기로 수거한 후 쓰레기처럼 매각한다.
떠돌이 개 중 일부는 개장수에게 잡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운 좋게 시민들에 의해 구조된 개나 고양이들은 동물보호협회나 동물병원 등으로 옮겨져 적절한 치료 후 입양된다.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입양될 만큼 예쁘지 못한 녀석들은 안락사 당하거나 대학이나 연구소의 실험용 동물로 죽어간다.
한국동물보호협회가 보살피는 동물들의 안락사와 입양비율은 약 60%대 40%. 그 밖의 단체에서 보호중인 동물은 대부분 실험용으로 세상과 작별한다. 입양 때는 반드시 불임 시술이 뒤따른다. 제 2의 가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대책은
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애완동물은 어린애와 같습니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어린 아기를 어른들이 방치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는 떠돌이 동물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 회장은 또 애완동물을 키울 경우 가능하면 불임수술을 권한다. 발정기 때 가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웃집 애완동물의 가출까지 부추기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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