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 단체장들이 지자체의 살림을 맡아보기 시작한지 두달 정도 되었다. 이제 지방자치제가 명목상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4년간 대구시의 살림살이를 맡은 조해녕 시장의 견해에서 이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큰 힘은 지역의 문제를 외부적 요인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의 힘을 결집해 해결해 나가는 데서 나온다고 봅니다".
사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의 앞에는 험난한 지역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오랜 침체에 빠져있는 지역경제,주민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는 주거·교육·교통 여타 복지문제, 많은 투자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환경문제, 그리고 중앙과비교하여 점점 커지고 있는 인구·경제력·지식기반의 격차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주어져 있다.
조 시장은 대구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마음을 한데 아우르는 의지의결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말 우리 나라의 지방자치제가 주민들의 힘의 결집에 기초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 최소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 또는 이러한 주장은 단지 말뿐이고, 실제 반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가 ?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자치제에 대해 우려하거나 실망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제의 기본 취지나 이상적 기대에 아직 못 미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동안 시행과정에서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같은 부정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특히 이러한 부정적 결과들은 주로 선거과정에서 졸속하게 제시한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지난 2기까지 대구의 살림살이를 책임졌지만 결국 구속의 불명예를 안고 물러갔던 문희갑 전 시장의 경우도 그러하다.
문 시장이 재임기간추진했던 주요 사업으로 위천국가단지 조성계획과 '밀라노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선거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위천계획은 지역간 심각한 갈등만 일으킨 채 표류했고, 밀라노프로젝트는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확대되었지만 몰락한 대구 섬유산업에 회생의 가능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조해녕 시장 역시 선거공약으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전임 시장의 사업들을 직·간접 연장하는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와 낙동강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남한강의 물을 끌어들여 낙동강 수계의 물 공급을 확대시키려는 낙동강 프로젝트는 실패한 위천단지 조성계획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도, 이 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시정 사업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는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선자의 선거공약은 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당선 이후 선거공약의 이행은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사업들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임기가 막 시작한 시점에 선거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주로 대규모 단일 사업 중심의 계획이나 정책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그러나 이제 이 단어는 정책적 용어라기 보다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선거과정에서 얼마나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가가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되었다. 당선된 이후에도 이러한프로젝트를 앞세워 지역 정치가들이나 전문가들을 동원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호소하는 정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 정치는 지방자치제의 본래 취지와는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선거과정에서 일방적이고 인기에 영합하여 제시된것들이며, 실제 시민들의 생활과는 괴리된 채 여론을 왜곡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단체장들이 단순히 정치적 목적에서 프로젝트들을 제시했고 수행하고자 한다면, 이들은 포기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프로젝트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지역발전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나름대로 세부 계획을 세우겠지만, 이미 졸속하게 제시된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끼워 맞추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단체장들은 진정하게 지역사회의 마음을 한데 아우르고 주민들의 힘을 결집해서 지역의 현안문제들을 자체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병두(대구대 교수 사회교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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