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고교성적 전국 중위권 추락

매년 이맘때쯤 대구의 초·중학생 학부모들은 걱정에 휩싸인다. 자녀를 어떤 중·고교에 진학시켜야 할지, 그러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이사를 가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이다. 학부모들도 이제 수성구와 다른 지역 사이에 학력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같은 지역간·고교간 학력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 상위권 고교는 제 성적을 유지하는 데 비해 중·하위권 고교들의 학력이 더 떨어지면서 대구의 평균 성적도 전국 중위권으로 밀리고 있다. 실태를 알아본다.

△학교간 평균 점수 차이=지난달 치러진 시·도 학력진단평가 결과를 보자. 과학고와 외국어를 제외한 일반계 고교 가운데1학년생의 성적이 가장 좋은 수성구 A고교의 경우 평균점이 279.1점이었다. 대구에서 10위를 차지한 수성구 B고교는 평균 263점. 두 학교 사이의 점수 차이도 무려 16점이나 된다.

하위권 고교와는 40점 이상 차이가 난다.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평균 10점 차이로 생각하면 학교간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한 고교 교사는 "400점 만점에 평균 40점 차이라면 평준화의 취지가 무색한 수준"이라고 했다.

3학년생들의 차이는 더 크다. 성적이 가장 좋은 수성구 C고교의 평균점은 인문계 272.6점, 자연계 284.3점이었다. 수성구 이외지역으로는 드물게 대구 10위에 든 달서구 D고교의 평균점은 인문계 249.1점, 자연계 253점이었다. 1위와 10위간 차이가 20~30점 나는 것이다.하위권 고교로 갈수록 격차가 더 커져 50점 이상으로 벌어졌다.

수성구 한 고교 관계자는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학교별 평균 점수를 비교해오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수성구 지역 고교와 여타 지역 고교간 차이가 커져 몇년전까지 30~40점 차이던 것이 올해 들어선 50~60점 차이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개인별 성적 차이=학교간 평균 점수 차이는 개인별 성적이 반영된 것이다. 개인별 성적 분포를 살펴보면 학교간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달초 고3생들이 치른 모의고사 결과를 보자. 수성구 A고교의 경우 360점 이상 득점자가 인문계 19명, 자연계 39명 등 모두 58명이었다.

이에 비해 달서구 B고교는 인문계 1명, 자연계 2명에 불과했다. A고에서 전체 59등을 한 학생이 B고에 가면 전체 4등이 된다는 얘기다. 학교마다 학생 숫자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를 고려한다 해도 격차는 막심하다.

지난 4월 치러진 모의고사 결과는 더 놀랍다. 상위 1천명 수준인 330점 이상 득점자의 학교별 분포가 이를 대변한다. 응시한 대구의 46개 고교가운데 수성구의 C고교는 무려 122명이 상위 1천명에 포함됐다. 점유율 상위 5개교는 모두 수성구에 있는 고교로 이들 학교에서만 313명이 상위 1천명에 들어갔다.

반면 상위 1천명 안에 든 학생이 10명 미만인 고교도 8개나 됐다. 교내 최고 점수를 보면 330점대인 고교가 1개,340점대가 3개, 350점대가 10개였다. 반면 수성구 D고교는 350점 이상 득점자만 43명이나 됐다.

△작년 수능시험 결과=작년 수능시험에서 3등급(상위 23%)이내에 든 대구 수험생의 숫자는 모두 1만373명. 이 가운데 특수목적고와 실업계고, 달성군 지역을 제외한 일반계고의 등급별 분포를 살펴보자.

수성구의 A고교는 전체 응시생 93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2명이 3등급 이내에 들어 가장 많았다. 300명 이상이 3등급 이내에 든 고교는모두 10개. 반면 200명이 되지 않는 고교도 18개교나 됐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도 더러 있지만 수성구 B고교의 경우 300명이 조금 넘는 수험생 가운데 무려 220명이 3등급 이내에 들었다.

계열별·등급별로 보면 학교간 차이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인문계의 경우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의 일반계 고교 수험생 가운데 1등급은 모두 1천26명. 1등급 수험생 숫자가 40명 이상인 고교는 모두 5개. 이들 5개교의 1등급 수험생만 279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했다.1등급 수험생이 가장 많은 수성구 C고교가 78명인 데 비해 10명도 되지 않는 고교도 6개나 됐다.

자연계의 경우 대구의 1등급 수험생은 모두 584명. 이 가운데 상위 5개교가 165명으로 28%를 차지했으며 가장 많은 고교는 46명이었다. 반면 1등급 숫자가 10명 이하인 고교가 22개였으며 5명 이하인 고교도 12개나 됐다.

△타 도시와의 비교=대구의 학력은 지난 몇 년 동안 전국 최고 수준을 구가했다. 지난달 학력평가에서는 서울과 경기, 대전 등이빠졌으나 대구는 부산, 광주에도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점수를 놓고 부산, 광주와 비교했을 때 대구는 3학년 인문계가 유일하게 2위를차지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3위였다.

부산이 1학년과 3학년 인문계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보였고 2학년 인문계와 자연계, 3학년 자연계는 광주가 1위였다.중·상위권 대학 진학의 기준이 되는 상위 30%를 놓고 봤을 때도 마찬가지·특히 상위 30%에서 1위를 싹쓸이한 광주와의 점수 차이가 너무 커 지역의 고교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와의 편차는 1학년 4.7점, 2학년 인문 11.1점 자연 11.3점, 3학년 인문 4.5점 자연 6.9점이었다.

부산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대구, 광주, 서울 등에 비해 뒤처졌으나 작년부터 상위권으로 뛰어올라 괄목할 만한 학력 향상을보이고 있다. 특히 상위 100위 안에 드는 고교 숫자가 학년별로 3, 4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대구가 주목할 부분이다. 고교간 학력 격차를크게 보이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인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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