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자왕국-한자 처음엔 한폭 그림이었다

한자는 한글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한자교육폐지'와 '국한문 혼용'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중국문화가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이나 이미 우리의 언어생활깊숙이 스며있는 한자의 역할에서 볼 때, 특기의 혁명적인 조치가 없는 한 한자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스웨덴의 언어학자인 세실리아 링크비스트가 한글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한자를 속속들이 분석한 '한자왕국'(김하림·하영삼 옮김, 청년사 펴냄)은 우리가 잘 몰랐던 한자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생동하는 문자의 제국'이라는 원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책은 단순히 한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자가 태어나게되는 문화적인 토양까지 다룬 '한자를 통해 본 중국 문화사'이다.

한자를 분석한 다른 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갑골문과 금문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분석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벼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화(禾)의 경우 벼가 중국에 수입되기 전의 야생 '조'의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북 고(鼓)와 머리 수(首)가 갖고 있는 상징성, 장인 공(工)에 대한 해석 등은 오로지 지은이의 꼼꼼한 문헌자료 검색과 고고학적 증거를 통한 성과이기도 하다.

한자에서 가장 많은 합성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 인(人)자는 아래위로 사람이 교차해 변화의 의미를 담은 될 화(化), 나란히 서 있어 비교되는 비할 비(比), 등을 맞대고 서있어 배후를 의미하고 중국인들의 거주지가 북쪽을 등진 남향 형태여서 북쪽을 나타내는뜻으로 발전한 북녘 북(北) 등에 사용됐음을 밝히고 있다.

'사람, 인류' '물과 산' '야생동물' '책과 악기' 등 모두 15개로 구성된 장 하나하나가 어원은 물론, 그 글자가 생기된 데까지의문화적 배경을 함께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 한자를 동시에 수록해 쉽게 한자 공부도 할 수 있게 했다.

또 부록에는 책속에 거론된 여러 글자들의 어원과 관계된 컬러 화보와 한자의 필순을 실어 한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지은이인 링크비스트는 작가 겸 중국문제전문가로 1960년대 초 북경대에서 수학했으며 스웨덴에서 중국어를 강의하고 중국어와 중국문화에관련된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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