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다보면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믿음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것도 없을성 싶다. 믿음을 저버린 사람을 보고 흔히 짐승만도 못하다고들 한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마음가짐도 필요할 것 같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동물들과 새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교활한 박쥐는 어느편에도 서지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동물들이 이길만하면 얼른 동물편에 가담하고, 새들이 이길 듯 하면 새들에게 가서 "봐 나는 날개가 있으니깐 새란 말이야"이렇게 양쪽을 오락가락하며 잔꾀를 부렸다. 얼마후 싸움이 끝나자 박쥐는 외톨이가 되었다.그런가 하면 자기 주인을 위해 목숨마저도 내놓기를 서슴지 않은 동물도 있다.
조선시대'청구야담'에 나오는 선산지방의 의구총(義狗塚)에 관한 이야기다.주인이 장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잔디밭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한잠을 자고 깨어보니 개는 불에 그을려 죽어있었다. 주인이 잠든 사이에 산에 불이나 개가 꼬리에 물을 적셔다가 주인 주위에 있는 잔디에 번지지 못하도록 불을끄고 자신은 죽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개무덤에 관한 미담은 이것 말고도 전국 어느곳을 가든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처럼 과학 기술이 최첨단을 달려가도 사람 속심을 들여다 볼 수있는 기계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아직도 철새처럼 목전의 이익만 정신없이 따라 다니는 일부 정객들 앞에서는 의리도 믿음도 맥을 못추는 모양이다.오늘을 살아가는 인간들도 주인을 구한 충견보다는 박쥐의 본성을 닮은 후예들이 판을 치고 있지나 않은지, 믿음이 없는 박쥐의말세를 보는 듯 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인간문화재·경북대 교수 김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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