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 산운마을

연일 계속된 비로 여름휴가다운 휴가도 없이 벌써 8월도 하순이다. 휴일이면 갇혀지냈던 아이들 등쌀에 귀가 간지러울 때다. 어차피 해수욕장으로도, 계곡으로도 가기가 어정쩡한 시기다.

이번 주엔 대구에서 가까운 의성 지방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1시간 남짓 지척이면서도 편안하고 볼거리도 많다.

옛 조문국의 도읍지 경북 의성군 금성면. 이곳에서 춘산.가음 쪽으로 약2㎞를 가면 산운전통마을이 나온다. 420년을 이어온 영천이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산운1리의 80여 가구중 절반 이상이 영천이씨다. 신라시대 때 금성산 수정계곡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여 마을이름을 산운(山雲)이라 불렀다. 금성산을 등에 업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는 전통적인 반촌이다.

마을입구와 점우당 등 곳곳에서 과거에 급제하거나 벼슬이 올라가면 집주위에 한 그루씩 심는다는 회화나무가 반긴다. 동네로 들어서면 고색이 완연한 가옥들이 즐비하다.

조선 명종때 영천이씨의 입향시조인 학동 이광준을 위해 지은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242호)를 비롯 지방중요민속자료인 소우당, 운곡당(전통건조물 11호), 점우당(전통건조물 12호) 등 전통 고가옥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10여년전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몇몇 고가옥이 없어졌어도 현재 10여개가 넘는 전통가옥들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장 이병건(48)씨는 안채와 별당, 정원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전통가옥들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어수선하다. 경북북부유교문화개발권 사업으로 보수 공사가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의성군에서 향후 5년간 88억여원을 투자해 고가옥의 담장과 지붕을 정비하는 중이다.

조용하고 평온하던 동네가 포클레인 소리로 시끌시끌해졌다. 한쪽에선 건물 뼈대만 남기고 지붕을 완전히 벗겨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도 각각의 전통가옥들은 저마다의 돌담길과 고샅길로 둘러싸여 포근하다.

하지만 운치있기로 따지면 가옥 내의 정원을 따라오랴. 안채, 사랑채, 별당 등 건물 4동이 남아 있는 소우당 별당 앞의 정원은 연못이 딸린 보기드문 큰 규모다. 정원은 비록 꽃나무 등이 바뀌어져도 400여년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만 지금은 담장을 허물어 운치를 짐작만 할 뿐이다.

의성군에서는 이곳을 생태마을로 지정하기위해 준비중에 있다. 빙계계곡과 연계시켜 자연생태친화적 마을로 조성하기위해 기본설계용역에 들어갔다.

산운마을에서 계곡쪽으로 4.5㎞거리에 수정사가 있다. 금성산과 비봉산 사이의 계곡에 있는 수정사는 약 1,300년 전인 신라 신문왕때 의상대사가 지은 작은 절이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 옆의 바위산도 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수정사는 아담하고 조용하다. 수정약수터에서 물을 담아가려는 인근 주민들만 간간이 찾을 뿐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인위적인 조경에 조금은 기분이 상한다. 단촌면의 고운사도 이랬다. 둘러보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나친 조경이 경치를 삭막하게 만든다. 다행인 것은 절 마당에 서면 돌담과 건물들이 역사를 말해준다. 건물이래야 달랑 7개 동의 소규모 절이지만 너무 적막하다. 이곳에서 마을 쪽으로 뒤돌아보면 금성산과 바위, 계곡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고요함과 경치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만하다.

지척에 통일신라시대 작품인 국보 제77호 탑리5층석탑과 공룡발자국화석 등 꼭 들러봐야 할 문화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돌아오는 길엔 전국최고의 게르마늄 약수온천으로 알려진 봉양의 탑산온천을 들러볼 만하다. 온천이 싫다면 내친김에 봉양을 지나 28번 국도를 타고 단북면까지 내달려도 후회 없다. 이곳엔 연꽃 군락지로 유명한 벼락지가 있다. 2천여평 저수지가 60㎝ 이상이나 되는 연잎으로 빽빽하다.

"옛부터 저수지 크기가 백마지기라고 했어요. 5년 전부터 연꽃이 꽉 차더니만 지금은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될 만큼 유명해졌지요".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마순례(65.여.의성군 단북면 이연리)씨는 연꽃이 한창인 8월초면 이 일대가 장관이라고 자랑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볼만하다. 9월초까지 연꽃이 피었다 지고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바람따라 일렁이는 연잎만으로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맛집

봉양(옛 도리원) 이화숯불갈비의 양념소갈비가 별미다. 한우만을 고집해 한번 왔다 간 손님은 맛을 못잊어 다시 찾는다. 뜨거운 물이 속으로 흐르는 석쇠를 사용, 숯불에 타지않게 익혀 먹는게 독특하다. 전직 교사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의 맛의 비결은 양념. 꼭 의성마늘만을 사용한다는 것 외는 비밀. 갈비 3대에 1만원으로 양도 푸짐하다. 054)833-7755.

▨가는 길

△산운마을=대구∼중앙고속도 의성 IC∼의성 방향 우회전(5번 국도)∼봉양사거리서 직진∼중앙고속도로 밑을 통과한 후 금성방향 927번 도로 우회전∼금성면 탑리∼가음방향 승용차로 5분가면 수정사 표지판∼좌회전하면 산운마을∼산운마을서 수정사 4.5㎞.

△벼락지=봉양사거리서 안계방향 좌회전∼안계입구서 직진(이곳서 좌회전하면 단밀쪽 910번 도로다)∼안계면 소재지 안계고등학교 지나 작은 오거리서 좌회전(상주방향)∼1㎞쯤 가서 단북쪽 923번 도로 따라 우회전∼이곳서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벼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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