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이라는 명사가 갖는 코드는 가히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점하는 막강한 위력은 어느 누구도 부인키 어렵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투자비중은 지난 6월말 현재 35.5%(시가 총액 기준). 내국인 대주주의 지분 대부분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이같은 지분은 국내증시를 좌우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경도된 생각은 국내증시에 적잖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투기적 매매는 '작전'=그 중 하나가 외국인들의 투기적인 선.현물 연계 매매다. 수급기반이 취약해 외국인들의 매매 형태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투기적이고도 공격적인 선.현물 연계 매매가 국내 증시를 교란시키고 있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하루 걸러 수천억원이 넘는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현물증시를 뒤흔드는 일이 잦다.
이같은 매매 패턴은 광의의 의미로 볼 때 '작전'(주가조작)이나 마찬가지이며 국내증시를 멍들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10건의 외국인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로 외국인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통보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대신 조사대상 가운데 5건은 내국인 소행으로 드러났으며 나머지 4건은 조사중이거나 무혐의 처리됐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폐해=외국인으로 위장한 내국인 즉 '검은머리 외국인'의 폐해도 크다. 6월말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 수는 1만3천555명으로 이 가운데 63.6%(8천624명)는 기관투자가이고 36.4%(4천931명)는 개인투자가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 계좌 가운데 상당수가 휴면계좌로 방치돼 있으며 일부 내국인이 이를 이용해 투자하고 있는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 계좌'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인 따라하기 심리만 잘 이용하면 굳이 작전을 펴지 않더라도 수익을 올리는 것은 '식은 죽먹기'인 점을 악용한다는 것. 외국인 계정을 통해 특정 종목을 매집해 일반인들의 추격매수를 유도한 뒤 물량을 털어낸다는 분석이다.
또한 검은머리 외국인은 주식매집과 물량털이 사실을 일반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보유주식을 외국인 계좌와 국내 계좌 사이에 이체시키는 교묘한 수법까지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외국인 계좌 사후 관리=외국인투자자 등록은 본인 또는 증권사 대리인이 신분증 등 필요한 서류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 가능하다. 신분 확인절차만 끝나면 외국인투자자로 등록되고 이후 매매는 외국인 투자로 잡히는 것이다. 일단 등록만 끝내면 이후에는 별도로 확인하는 규정이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외국인 계좌를 도용한 매매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해외계좌-외국환은행의 외환.원화 계정-증권사 위탁계좌 등 관련 계좌의 자금흐름이 일치돼야 하는데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행세하기 위해 내국인이 이 과정에서 자금을 넣고 빼기가 어렵다는 것.
그러나 내국인이 해외에 외국인 명의의 유령회사를 사들인 뒤 국내로 자금을 송금해 투자할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계좌의 진짜주인이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이버애널리스트 이선달 씨는 "외국인이 사들인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기만 한다면 주식투자 만큼 쉬운 것도 없을 것"이라며 "특정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주체를 보고 주식 투자에 나서다가는 속임수에 당하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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