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수해에 근본적으로 취약

이달초 집중호우로 낙동강 유역 제방이 잇따라 붕괴되면서 경남 합천과 함안, 김해지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 주민들은 '제방공사를 맡고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부실시공과 관리감독 소홀로 빚어진 인재'라며 지난 20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부산국토관리청과 국회 앞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렇다면 낙동강 유역의 특성과 제방 실태,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홍수조절이 안되는 낙동강

낙동강 유역 면적은 한강과 비슷한 규모지만 홍수 조절능력은 한강의 34%에 불과해 적은 비에도 매우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유역면적은 한강이 2만5천954㎢, 낙동강은 2만3천394㎢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홍수조절 능력은 한강이 16.1억톤이나 낙동강은 5.5억톤에 불과, 유역면적에 비해 낙동강의 홍수조절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또 홍수 조절용댐의 유역면적도 한강이 전체 유역의 50.9%를 차지하는 반면 낙동강은 26.4%에 불과하다.

댐의 숫자도 마찬가지. 한강수계에는 댐이 10여개가 넘지만 낙동강은 임하댐과 안동댐이 대표적이다. 홍수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낙동강은 하천연장이 길고 하천의 구배(물길) 경사가 완만해 물이 빠져 나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예년에는 물이 빠져 나가는데 보통 3일정도 걸렸으나 이번에는 10일 가량 정체돼 피해가 더 심했다.

또 낙동강은 상류에서 홍수가 발생하면 물이 흐르는 도중 하류에도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럴 경우 이번과 같이 하류 수위의 급격한 증가로 막대한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하천유역에 공단이나 아파트 등의 무분별하게 들어서며 유수지가 대폭 줄어 들어 땅으로 흡수되지 못한 비 유출량이 과거 40%에서70% 이상 상승, 그만큼 강물이 불어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낙동강내 취약제방 무려 399곳

국가하천인 낙동강에 건설된 제방들은 대부분 흙으로 쌓여있어 강물의 흐름에 자연적으로 깎여 나갈 수 밖에 없다. 또 집중호우시 강물이 범람하면 쉽게 붕괴되는 실정이다. 호우에도 쉽게 붕괴되지 않을 정도의 댐과 같은 튼튼한 제방을 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댐과 같은 수준의 제방을 쌓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낙동강 본류 제방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약 제방이 39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지자체와 정부가 하천에 대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 그나마 매년 제방 보강공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제방을 일일이 손을 볼 수 없어 '찔끔공사'가 되풀이 된다.

웬만한 4차로 국도공사 1건의 예산이 전체 하천 1년 예산과 맞먹는다. 현재 정책이 사람보다는 차량 통행 위주로 돼 있기 때문. 도로는 두절될 경우 차량통행이 불편할 뿐이겠지만 제방이 붕괴돼 홍수가 발생하면 이번처럼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도로에 비해 등한시 되고 있는 하천치수 사업에 국가적인 관심을 갖고 보다 많은 예산 지원을 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향후대책

하천 유지관리 비용을 현실화해 정기적인 제방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유지보수와 건설 등이 지자체와 국토관리청으로 이원화돼 있어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유지관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하천 유지관리 비용을 현실화하고 관리인력을 충분히 확보, 홍수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정기적인 제방보수도 이뤄져야 한다.

계획홍수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제방단면 설계기준도 낙동강유역 특성이 반영되도록 바꿔야 한다. 즉 홍수지체시간과 강우에 의한 제방의 연약화, 내외 수위차 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배수펌프장 등 하천구조물 주변에는 매년 홍수시 마다 크고 작은 피해가반복되기 때문에 구조물설치 기준을 근본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배수장의 경우 제방보다 높은 곳에 있어야 제기능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방보다 낮은 지역에 설치된 곳이 상당수다.

결국 이번에 붕괴 침수된 백산제와 광암제처럼 강물이 범람하면 배수장 자체가 물에 잠겨 제기능을 잃어 버리게 되는 셈이다. 하천제방의 재료도 하천바닥 흙 대신에 물이 잘 통과하지 않는 양질의 흙을 사용해야 한다.

이밖에 부실시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철저한 관리감독과 취약구간에 대해 누수방지용 차수벽을 설치하고 제방 보강공사와 취약시설물에 대한 개선사업을 꾸준히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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