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공원 노인봉사 강봉수·정주선씨 부부

대구의 대표적인 노인공간인 달성공원. 이 곳을 찾는 노인들중에 강봉수(53·학원 경영)·정주선(51)씨 부부를 모르는사람은 드물다. 지난 98년 봄부터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일요일, 그리고 명절때마다 달성공원을 찾았던 강씨 부부. 노인들은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른다.

강씨 부부의 일요일 일과는 뻔하다. 아침 일찍 달성공원으로 와서 노인들을 찾는다. 강씨가 경영하는 학원의 35인승 버스가 항상 강씨와 동행한다. 노인들을 모셔가기 위해서다.

강씨 부부는 이 곳을 찾는 노인들의 일요일 점심식사를 책임진다. 적게는 수십명씩. 노인들이 많이 몰리면 수백명이 되는 날도 있었다.하지만 강씨 부부는 한번도 "오늘은 너무 많으니 돌아가세요"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지난 98년 봄 강씨 부부는 무작정 달성공원을 찾았다.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서였다. 막연하게 노인들을 위해 베푸는 일을 하고 싶어서 봉사장소를 달성공원으로 택했다.

강씨 부부 덕분에 달성공원을 찾는 노인들 일부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강씨 부부가 공원관리사무소에 부탁, 사비를 들여 원래 식당건물로 쓰여지던 장소를 노인들의 휴식공간으로 개조한 것.

"저는 어머니를 3세때 잃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마저 15년전 돌아가셨어요.나이를 먹으니까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군요. 제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아무것도 못해드렸으니 이웃 어른들에게 뭔가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봉사도 부족해 98년 가을부터 봄·가을에는 달성공원을 찾는 노인들에게 효도관광도 시켜드렸다. 100명 가까이 움직이면 한번에 100만원의 경비는 기본. 하지만 강씨 부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또 노인들이 회비를 모아 자체적으로 가는 관광행사에도 찬조금을 잊지 않는 강씨 부부. 명절때와 크리스마스같은 '빨간날'에도 강씨 부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부부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니 보기가 너무 좋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말립니다.이만하면 됐으니 그만 하라고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인데 이분은 봉사욕심이 끝이 없어요". 달성공원 노인회 조서익(81)회장은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했다.

"가끔 '당신 달성공원에 와서 그러는 목적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아서 한다고 하면 안 믿어요. 남을 돕는데 이유가 있겠습니까. 봉사도 자기가 즐거워야 하지 억지로 하면 못합니다. 제가 하는 일에 칭찬을 들을 생각은 없는데 시기하고 욕하는 사람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강씨는 봉사가 참 즐거운 일인데 자기가 좋아서 즐거운 일 하는 사람에게 우리 사회의 시선은 아직 따갑다고 했다.

강씨는 자기 부모를 잘 섬겨도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는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달성공원을 찾아보니 '돈많고 많이 배운' 자식을 갖고 있는 노인들마저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자 달린 전문직 아들을 둔 90대 할아버지가 혼자 살아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김치가 먹고 싶어 김치를 얻으러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식들이 이래서는 안됩니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들은 그래도자식들을 욕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부끄럽게 하지 않겠다더군요. 자식이 내팽개쳤으면 이웃이라도 보살펴야죠. 요즘은 의무감을 느낍니다".

강씨 부부는 최근 정부가 호스피스 사업에 의료보험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앞으로는 치매노인들에게 간병인을 보내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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