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프워커 기름유출 늑장 통보"

23일 불거진 대구시 남구 캠프워커 골프장 개축공사장 토양오염 사건은 20여년전 이미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장소라는 사실이 새로 드러난데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환경관련 SOFA(한미 주둔군 지위협정)규정도 어긴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SOFA규정에 따라 미군은 올해부터 기름유출 등 환경 관련 사고 발생시 48시간내 행정 및 정부기관에 서면통보토록 돼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발생 한달이 지나서 남구청에 통보돼 개정된 SOFA규정을 위반했다는 것.

신설된 환경관련 SOFA 조항은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 미군측이 피해복구 및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속수무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캠프워커 영내 토양오염지역이 지난 78년에도 송유관 파손으로 기름이 유출, 부대 인근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한 장소라는 사실이 20여년이 지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밝혀져 송유관 관리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미군부대 한 관계자는 "토양오염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20여년전 이곳 송유관의 경유 유출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보수 후 사용하다 곧 폐쇄가 됐기 때문에 이번 기름성분은 당시 새어나온 기름의 잔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캠프워커 항공유 유출 등 미군부대의 허술한 유류 관리가 토양, 수질 등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미군부대가 지난 항공유 유출사건 당시 오염토양 복구중 작업 및 환경재난실무운영팀의 운용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데다 당시 토양오염 피해복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토양오염 사건도 명확한 원인규명 및 원상복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관할 남구청도 원인 및 성분 등에 대한 분석이외에는 복원이나 대책마련, 감시감독 권한이 없어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미군기지내 환경관련 사건이 잇따랐지만 피해유형 및 범위 등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책마련은 물론 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배종진 미군기지되찾기대구시민모임 사무국장은 "SOFA조항을 신설 및 개정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행정기관의 원인 및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미군기지내 노후 유류시설 전면 보수 교체와 토양오염 조사확대 및 식수원 오염여부에 대한 조사,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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