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300만마리에 육박했던 한우들이 불과 몇년만에 절반으로 줄어 들었으니 지난 50년 정성들인 한우 개량사업이 뒷걸음 친 겁니다. 게다가 정부의 한우정책이 또 후퇴하려는 조짐이니 답답할 뿐입니다".
축산농민과 관계자들의 한탄은 절박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쌀과 함께 민족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던 호언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한우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몰아 붙였다.
"그간 한우개량 사업이 성과를 올렸으나 목표에 비해 밑돌며 국가적 지원과 관심없이는 목표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지소 나기준 지소장은 "그런 만큼 개량사업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우의 쇠고기 품질을 높이기 위한 개량사업이 더디고, 어려운 것은 사육기반이 무너지면서 워낙 한우가 없어 값이 올라 개량노력 없이도 좋은 값을 받으므로 개량의욕이 떨어지는데 한우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농협중앙회 한우발전기획단 원유석 단장은 고품질 쇠고기 생산을 위한 한우 개량사업의 부진원인을 분석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 놓았다.정부가 3조원의 쇠고기 시장에서 수입 쇠고기에 맞서 한우산업 경쟁력을 위해서 개량사업을 통한 고품질 한우생산에 역점을 두었다. 한우 번식기반 안정화 못지 않은 중요사업이었다.
지난 54년 한우개량과 번식을 장려하는 가축보호법 제정이후 지속된 한우 개량사업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 지난 97년 IMF로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됐다.
어렵게 개량된 300만마리(96년 284만두, 97년 273만두)의 한우가 흔적없이 사라진 것.올 6월 현재 145만마리였다. 송아지를 낳는 가임암소는 99년 72만6천마리에서 지난해 55만2천마리로 줄었다. 정부가 장담했던200만마리 유지목표는 뜬 구름이었다.
이는 IMF와 수입쇠고기 홍수로 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90년대들어 96년까지 30~40%에 그치던 암소도축률이 99년 경우 57%에이르는 등 97~2000년의 평균 암소도축률이 무려 54%를 넘어선 탓. 정부는 팔짱만 낀 채 방관하는 바람에 한우 사육기반이 급격히 붕괴, 수십년 개량사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
한국종축개량협회 이종헌 부장은 "한때 제한됐던 암소도축의 규제가 풀린 뒤 무분별한 암소도축은 한우번식 기반을붕괴시켰고 이는 개량사업의 차질과 손실을 가져왔다"면서 "정부정책이 일관되지 않으면 개량기반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거세장려와 인공수정·출현율 높이기·체중올리기 등 각종 개량사업은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재작년까지 거세비율이 일본(98%)과는 비교도 안되는 9.5%에 불과했고 지난해도 20%에 그쳤다. 인공수정 사업은 후퇴했다. 인공 수정률이 지난 98년 72.2%에서 재작년에는 49.1%로 곤두박질친 것.
따라서 쇠고기의 고급여부를 판단하는 육질1등급 출현율도 2001년 목표 60%에 못미치는 29.9%에 지나지 않았다.목표치의 50%에 머문 것. 일본은 지난해 76%였다. 6개월과 18개월 한우체중도 목표인 200㎏과 550㎏에 미달되는 186㎏와 512kg로 나타났다.
이런 지지부진의 원인을 축산기술연구소 한우고급화 연구팀장인 이상철 박사는 "나름대로 성과에도 불구, 관련기관의 개량의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사육기반의 약화에다 거세기피, 암소도축 성행, 한우시장의 불안정성 등"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계속 증가세였던 농협의 한우개량 사업참여도 주춤해졌다. 지난 79년 경북 의성군 금성면을 비롯, 전국 8개면을 시작으로 98년 250개 면으로 확대한 한우개량 단지사업(99년부터 한우개량 농가육성 사업으로 변경)에 참여한 농가는 95년 5만9천여호였으나 지난해 3만3천여호로 줄었다. 또한 관리한우도 79년 4천마리에서 97년 18만5천마리로 늘었다가 지난해는 15만1천마리로 감소했다.
영남대 한우연구소장인 정근기 자연자원대학 교수는 "한우정책이 지켜지지 않고 개량사업 예산의 삭감에다 농가 사육기술 부족, 우량암소 미확보, 고품질 쇠고기 생산을 위한 표준사육 보급부진 등으로 개량사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제역 등 질병에 대비한 지역별 특성에 맞는 우수품종 개발작업도 지난해 정부방침만 정해졌을 뿐 세부적 후속조치가 뒤따르지않아 개량사업의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고 경북축산기술연구소 김병기 박사는 지적했다.
연구소가 전국 1위(20%)의 한우산지에 걸맞은 경북형 한우 표준모델 개발사업에 돌입, 최초로 보증씨수소 선발 등 개량에 앞섰지만 정부약속과는 달리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김박사는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개량사업의 차질이 빚어지자 지난해 2010년까지의 중장기 한우 개량계획을 세웠다. 1등급 출현율을 80%로 높이고 18개월짜리 수소체중을 623㎏로 올리는 등 개량목표를 상향조정한 것.
축산기술연구소도 고급육 생산을 위한 개량사업 촉진책으로 핵심선도농가를 지정하거나 전문 경영체를 육성,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고 이상철 박사는 전했다. 영남대에서는 지역 한우농가들을 대상으로 최첨단 방식들을 동원, DNA검사 등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한우만의 번식과 고급육질의 한우생산 사업을 진행중이다.
영남대 자연자원대학 여정수 학장은 "한우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량사업은 우수품종만을 생산,사육하면서 저급소는 도태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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