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꺽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이산하 '불혹'

나이 마흔이 된 시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너무 자주 무릎을 꿇으며 살아오지 않았나 성찰하고 있다. 80년대 한때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길 원한다는 말히 회자 된 적이 있다. 굳건한 정치적 신념의 표현이었다.

사회적 공의(公義)에 대해서는 결코 변절이나 타협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난한 생활인으로서 타협하고 무릎을 꿇는 일은 경우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다. 왜? 이 세상에서 밥벌이만큼 신성하고 절박한 일은 없으니까.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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